“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첫 공식 입장”…김용현, 해병특검에 의견서 제출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두고 해병대 특별검사(특검)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김 전 장관이 수사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첫 공식 입장을 내놓자, 특검팀의 추가 수사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VIP 격노회의’ 참석자였던 김 전 장관은 구치소 참고인 조사에선 진술을 거부했던 터라 그의 서면 입장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현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지난 25일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의견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김 전 장관은 그동안 대통령경호처장, 국방부 장관 등 공식 신분으로도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의견서 제출은 외압·은폐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실상 처음 나선 공식 반응이다.

사건의 파장은 지난 2023년 7월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 이른바 ‘VIP 격노회의’에 참석한 7인 중 한 명이었다. 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등 조사 결과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강하게 분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특검팀은 이 회의와 대통령실·국방부의 후속 대응이 수사 외압·은폐로 이어졌는지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지난 18일, 특검팀 수사관들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장관을 찾아 처음으로 참고인 조사에 나섰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반응, 지시 내용, 그리고 대통령실·국방부의 후속 조치 등이 집중 질문 대상이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진술을 거부했으며, 의견서로 입장을 대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의 의견서가 접수된 만큼, 이를 토대로 추가 조사 진행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구체적 의견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사의 주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김용현 전 장관은 지난 2023년 12월 8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긴급 체포됐고 같은 달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1심 구속 기간 만료에 앞선 6월 25일에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다시 구속됐다.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이어지자 채상병 사건 수사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김 전 장관 의견서 제출을 계기로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의 추가 조사 및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관련 재판과 정치적 논란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