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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잔도 위험하다는 경고, 미국서 퇴색”…한국·EU는 위험 경고 고수
IT/바이오

“하루 한잔도 위험하다는 경고, 미국서 퇴색”…한국·EU는 위험 경고 고수

박지수 기자
입력

최근 미국 보건복지부가 국회 제출 직전 돌연 철회한 ‘알코올 섭취와 건강’ 보고서가 미국 사회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하루 한 잔의 음주조차 건강 위험이 크다”는 최신 연구 성과를 담았지만, 주류업계와의 갈등 속에 공식 보고되지 않으면서 알코올 정책 방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주 자체가 암, 고혈압, 간경변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직접적 원인임을 재차 강조하며, 이번 사태를 산업 로비와 공중보건 사이 균형점을 둘러싼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암센터 등 공공 조직이 기존 고위험군 기준에서 벗어나 ‘절주’ 아닌 ‘금주’로 지침을 명확히 전환 중이다. 식품안전나라는 “알코올은 1g당 7㎉의 높은 열량을 내지만 그 외 건강상 이익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역시 암 예방 수칙을 ‘하루 두 잔 이내’에서 ‘한 잔도 피하기’로 개정하면서, 최소 음주량 역시 암 발생 리스크를 낮추지 못한다는 최신 의학적 입장에 근거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관의 음주 위험성 경고도 한결같다. 유럽연합은 2014년부터 ‘음주하지 않을 것’으로 권고지침을 상향했고,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적정 음주량은 ‘제로(0)’라고 공식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술’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 인간에서 명확한 암 유발성이 입증된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국제암연구기금도 과거 ‘일부 음주 허용’ 권고를 삭제하는 추세다.

 

이 같은 음주 위험성 인식의 전환 배경에는 대규모 역학 및 임상 근거들이 누적되고 있다. 음주는 고혈압 위험을 남성 평균 소주 3잔, 여성 2잔 기준으로 급격히 높이고, 서양에 비해 아시아 인종에서는 저용량에서도 유의한 위험 증가가 관찰된다. 또한 하루 수 잔의 음주만으로도 간경변 발생 및 사망률이 현저히 높아지고, 같은 용량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간 손상에 특히 취약하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뇌·신경계 이상, 소화기계 영양 결핍 등 다양한 합병증도 최근 강조되는 부분이다. 음주량이 많을수록 해마·대뇌위축 등 인지 기능 장애가 심해지며, 티아민(비타민 B1) 결핍에 의한 베르니케 뇌병증 등 신경 질환 역시 증가한다. 그 외에도 설사, 구토, 비타민 흡수 저하 등 영양실조 위험도 여성, 고위험군에서 더 뚜렷하게 보고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 세계의 법·제도·공중보건 정책이 음주 위험성에 보다 강경하고 명확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이 뚜렷하다”며 “정책 변동의 배경에 금주·절주 기준의 확립, 산업 이해관계 최소화 등 후속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와 공중보건의 줄다리기 속에서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양립적 입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이번 방식 변화가 실제 현장 정책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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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국립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