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필요성, 최초로 역전”…통일연구원 조사서 남북 평화공존 인식 확산
통일 필요성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이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국민 절반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북관계의 장기적 단절과 북한 위협의 일상화가 생활 인식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연구원은 20일 ‘KINU 통일의식조사 2025’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 7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51%가 ‘통일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률(49.0%)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3.8%포인트 하락하며 과반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 ‘통일 필요성’ 인식 역전 현상은 201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나타났다. 특히, 세대 구분 없이 모든 연령층에서 통일 필요성 인식이 하락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원 측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남북관계 단절의 지속, 국내 정치 요인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단기적 변동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평화공존에 대한 선호도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북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데 동의한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63.2%가 긍정 답변을 내놨다. 이는 통일 필요성보다 평화적 공존에 대한 선호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아울러 ‘통일보다 분단 상태가 낫다’는 응답도 47%에 달해,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반면, 분단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25.3%에 그쳤다.
여기에 북한 자체에 대한 무관심 경향도 확대됐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역대 최고치인 68.1%를 기록했다. 통일연구원은 “위협이 일상화되고 즉각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 반복이, ‘이 상태도 버틸 만하다’는 태도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정치권과 시민 사회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집단 인식 변화의 분수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통일 프레임의 약화, 현실론 강화가 빠른 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통일 필요성 둔화가 중장기적으로 국가적 비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로 진행됐다. 서울과 지방, 성별과 연령 등을 고르게 반영했다는 게 통일연구원의 설명이다. 통일, 북한, 통일·대북정책 등 관련 인식 변화는 2014년 이후 꾸준히 추적·축적돼 왔다.
정치권은 이번 설문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북 및 통일 정책의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 회기 국회 상임위에서는 통일·대북정책의 방향성 및 국민 통합 전략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