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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수사 왜 방치하냐"…김건희 메시지 확보한 내란특검, 박성재 추가 입건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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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둘러싸고 내란특검과 대통령 측 인사 간 정면 충돌이 가팔라지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보하면서, 이른바 사법리스크 대응을 둘러싼 대통령 주변부의 개입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관련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5월 15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건 수사 지연을 질타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메시지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건이 장기간 처리되지 않은 배경을 캐묻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건희 여사는 박 전 장관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김명수 전 대법원장 관련 사건이 2년이 넘도록 매듭지어지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에는 자신의 사건 수사 진행 상황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씨 관련 수사 상황도 거론한 메시지를 보낸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팀은 같은 시점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에 관한 검찰 상황분석이라는 글을 전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문건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자 항의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수사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취지의 이른바 지라시로 전해졌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박성재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전제로 한 비상계엄 선포 구상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구체 정황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특히 박 전 장관이 김건희 여사의 요구를 받고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휘라인 교체에 관여했거나,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의 내부 보고를 실시간으로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창진 1차장검사, 고형곤 4차장검사 등 핵심 지휘부가 갑작스럽게 교체돼 물갈이 인사가 이뤄진 배경에도 김 여사의 수사 무마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 전 장관이 창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보고받은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관련 수사보고서를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한 정황도 새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보고 라인과 전달 경로를 구체적으로 복원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내란특검팀은 관련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김건희 여사에게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통보했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은 형사 재판 일정과 김건희특검 피의자 조사,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모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직접 소환 조사 대신 디지털 포렌식과 주변 진술 확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전날 김건희특검팀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통한 임의제출 방식으로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다만 비밀번호를 확인하지 못한 탓에 본격적인 내부 데이터 분석에는 아직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잠금 해제 방식과 자료 복구 가능성 등을 놓고 전문가 자문을 병행하고 있다.

 

수사 범위가 겹치는 사안인 만큼,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 간 중복 수사와 이중 기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조은석 특검팀은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김건희특검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수사 방향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란특검팀이 주로 박성재 전 장관과 비상계엄 의혹 관련 내역을, 김건희특검팀이 김 여사의 개인 비위 의혹을 중심으로 맡는 구조를 그려보는 셈이다.

 

박지영 내란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두 특검 간 협조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수사가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양 특검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실과 법무부, 검찰을 잇는 의사소통 라인이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따라 향후 책임 공방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내란 의혹과 별개로 대통령 측근 수사 개입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필요성을 두고 대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김건희 여사와 박성재 전 장관, 검찰 지휘부 사이 교신 내역을 둘러싸고 한동안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특검 수사 추이를 지켜보며 비상계엄 의혹과 청탁 의혹 관련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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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조은석특별검사팀#박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