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국계 완성차 22% 시대”…신흥국 전기차 장악, 한국차 수출 지형→경합 심화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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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완성차 브랜드가 신흥국과 전기차 중심의 공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 22.0퍼센트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KAMA는 25일 발표한 중국 자동차 글로벌 진출 동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 완성차 업계가 내수 경쟁 심화와 과잉 생산능력을 수출 확대 전략으로 전환하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거대 내수시장에서 60퍼센트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중국계 브랜드가 러시아·독립국가연합 CIS, 중남미, 아세안, 중동을 핵심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파급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계 완성차는 러시아·CIS, 중남미,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시현했다. 특히 러시아·CIS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이 철수한 이후 중국계 업체들이 공급 공백을 신속히 메우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러시아 정부가 재활용 수수료와 수입 관세를 인상하고 현지 부품 사용 비율 의무화를 강화하면서 향후 추가 확대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중남미,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중국계 기업들이 현지 조립·생산 방식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가성비를 앞세운 차종을 투입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수요층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계 완성차 22% 시대…신흥국 전기차 장악, 한국차 수출 지형→경합 심화
중국계 완성차 22% 시대…신흥국 전기차 장악, 한국차 수출 지형→경합 심화

선진시장에서도 중국계 존재감은 주로 전기차를 매개로 확대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관세 부과와 보조금 축소 등 제도적 제약이 상존하지만 전기동력차 수요 자체가 빠르게 팽창하면서 중국계 전기차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유럽 28개국에서 중국계 전기동력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퍼센트 늘어났다고 전했다. 제 투어 등 신규 브랜드 진입과 BYD의 현지 생산 확대가 맞물리면서 향후 판매 증가세가 한층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차종별로는 전기차 부문에서의 편중된 성장 양상이 뚜렷하다. 올해 3분기 중남미 전기동력차 판매의 88.2퍼센트를 중국계 브랜드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고,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주요국에서도 중국계 전기차가 사실상 초기 시장을 선점한 것으로 평가됐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소프트웨어·전력전자 등에서 중국 공급망의 상대적 우위가 유지되면서, 신흥국 전기차 시장이 중국계 기업의 영향권 안으로 빠르게 편입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KAMA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의 글로벌 판매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업체의 현지 대응력 강화와 국내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신흥국에서 중국계 브랜드의 급부상으로 한국계 업체의 입지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 간 통상 대화를 통해 현지 제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상 네트워크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CIS의 현지 부품 사용 규정, 중남미와 아세안의 관세·비관세 장벽, 유럽의 환경·보조금 정책 등 각국 규제가 중국계와 한국계를 가르는 새로운 경계선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보고서는 수출시장 다변화 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쟁 심화가 피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3분기 미국향 자동차 수출은 6.6퍼센트 감소했으나 유럽, 남미, 아프리카에서의 증가가 전체 감소세를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KAMA는 미국 외 지역에서의 수출 비중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중국계 브랜드와의 직접 경합 가능성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 설비 투자 인센티브, 친환경차 핵심 부품의 국산화 비율 제고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로 풀이됐다.  

 

또한 보고서는 샤오미, 화웨이 등 정보기술 기업이 중국 자동차 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중국 내수 경쟁이 기술 중심 구도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기술 경쟁이 해외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차량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자율주행 보조 기능 등에서 중국계 브랜드가 가격과 기술을 동시에 무기로 내세우는 복합 경쟁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KAMA는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소프트웨어·모빌리티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차원의 전략과, 정부 차원의 규범·표준 경쟁 참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중국계의 양적 확장과 가격 공세를 넘어 기술·브랜드·서비스 전 영역에서 종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10년 글로벌 자동차 지형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진단으로 보고서는 마무리됐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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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완성차#kama#by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