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요추염좌 경고등 켜졌다…꽃샘추위에 만성요통 위험 부각
급격한 기온 하강이 척추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아침 기온이 영하권까지 떨어지는 꽃샘추위가 이어지면서 허리통증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온도가 낮아지면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고 혈류가 줄어 허리 주변 조직이 손상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 시기에 흔히 발생하는 급성요추염좌를 가볍게 넘길 경우, 만성 허리통증은 물론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택근무와 장시간 IT기기 사용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허리질환 관리는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과 의료비 부담에 직결되는 산업·사회적 과제로도 떠오르는 분위기다.
급성요추염좌는 요추, 즉 허리뼈를 잇는 섬유조직인 인대가 손상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단순히 인대만 다친 상태가 아니라 주변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통증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허리를 삐끗하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나타난 뒤, 일정 기간 지나면서 통증이 줄어들면 자연 치유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거치지 않으면 손상된 인대와 근육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 만성요통으로 굳어지거나 구조적 손상이 진행돼 디스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생 양상은 비교적 뚜렷하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 허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비틀거나 꼬는 동작, 불안정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젊은 직장인과 주부처럼 오래 앉아 있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인 자세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보는 인구에게 특히 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요추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고, 순간적인 힘이 가해질 때 인대 섬유에 미세파열이 생겨 급성요추염좌가 발생한다.
급성요추염좌의 주 증상은 허리 부위 통증이지만, 하지 방사통이나 심한 저림, 배뇨 장애 같은 추가 증상이 동반되면 단순 염좌를 넘어선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퇴행성 변화로 디스크 내부의 수핵이 밖으로 밀려 나와 신경을 압박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로 진행되면 흔히 말하는 허리디스크, 의학적으로는 요추 추간판탈출증이 된다. 척추관이 좁아지며 신경다발을 압박하는 척추관협착증으로 발전하면 보행 시 통증과 마비로 일상생활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
김형석 잠실 미래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급성요추염좌의 치료 예후에 대해 통증 조절 중심의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급성요추염좌 환자의 상당수가 1개월가량 주사 치료를 받으면 약 90퍼센트 수준에서 호전을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통증이 줄었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는 패턴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통증이 소실된 뒤에도 물리치료, 스트레칭, 수영 같은 저충격 운동을 통해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해야 2차 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치료 방법으로는 인대강화주사와 신경차단술이 대표적이다. 인대강화주사는 손상된 인대 부위에 콜라겐 증식을 촉진하는 약제를 주입해 인대 조직을 두껍고 강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미세손상을 줄이고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춘 치료로, 직장 복귀가 빠르고 신체 활동량이 많은 환자에게 유용한 옵션으로 활용된다. 통증이 극심하거나 염증 반응이 뚜렷한 경우에는 신경차단술이 더 효과적이다. 척추뼈 사이 공간을 통해 문제를 일으키는 신경 근처에 직접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염증으로 인해 조직과 신경이 서로 들러붙으면서 생기는 통증을 차단하는 원리다. 시술 시간은 약 10분에서 15분 정도로 짧고, 국소마취로 진행돼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예방 전략에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핵심이다. 급성요추염좌는 보통 1개월 전후의 충분한 휴식으로 호전되지만, 같은 패턴의 생활을 반복하면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과 개발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IT 기반 지식노동자에게는 장시간 앉은 자세와 잘못된 모니터 높이가 구조적 부담 요인이 된다. 허리와 골반을 지지해주는 의자 선택,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추는 환경 조정,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허리를 뒤로 젖히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요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체중 관리와 흡연 습관도 변수다. 비만은 체중이 척추에 전달되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인대와 디스크에 미세손상을 축적하고, 흡연은 말초 혈류를 떨어뜨려 손상 부위 회복을 지연시킨다. 잘못된 방법으로 물건을 드는 습관 역시 문제다. 허리를 굽혀 상체 힘으로만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요추 인대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무릎을 굽혀 앉은 뒤, 물건을 몸 가까이 끌어안고 다리 근육 힘을 이용해 일어서는 방식이 안전하다.
꽃샘추위를 비롯한 환절기 기온 변화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옷차림과 허리 건강의 연관성을 낮게 보지만, 실제로 체온 유지 여부는 근육과 인대의 긴장도, 혈액 순환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온이 충분하지 않으면 허리 주변 근육이 쉽게 굳고 혈류가 감소해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에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내·외 활동 시 허리를 포함한 몸통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옷차림과, 장시간 냉기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주기적인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산업계에서는 재택근무와 원격 협업 환경 확산으로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허리질환 관리가 기업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자세 교정 센서, 디지털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한 허리 건강 모니터링 솔루션도 잇따라 개발되는 추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에 앞서 개개인의 기본적인 스트레칭 습관, 체중 조절, 올바른 자세 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 급성요추염좌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의 증가세를 꺾기 어렵다고 본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꽃샘추위에 늘어나는 급성요추염좌가 일시적 통증으로 끝날지, 만성 척추질환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가르는 것은 결국 평소의 생활습관과 조기 치료에 대한 인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