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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시큐리티 전략거점 확대”…정부, 보안수출 교두보로 육성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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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위협이 양적·질적으로 동시에 고도화되면서 글로벌 보안시장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동남아와 중동, 중남미를 정보보호 전략거점으로 묶어 수요를 선점하고, 국내 보안기업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K 시큐리티’ 수출 드라이브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보안이 국가 인프라와 클라우드, 핀테크, 공공서비스 전반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전략은 국내 정보보호 생태계의 외연 확장 여부를 가를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5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2025 정보보호 해외진출 전략거점 성과발표회를 열고, 해외 전략거점 운영 성과와 내년 지원 방향을 공유했다. 행사에는 정보보호기업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해 4대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구축된 협력사례를 점검하고, 향후 정책·사업 연계를 논의했다.

정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정보보호 4대 전략거점은 동남아 남부 인도네시아, 동남아 북부 베트남, 중동·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중남미 코스타리카에 각각 설치됐다. 각 거점은 현지 공공기관, 통신사, 금융기관, 클라우드·플랫폼 기업 등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이버침해 대응, 개인정보보호, 산업제어시스템 보호, 클라우드·OT 보안 등 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국내 기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는 이들 거점을 통해 국내 보안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정보 비대칭, 파트너 발굴, 인증·규제 대응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각 전략거점은 권역별 보안정책 동향과 제도 변화, 조달·입찰 구조, 현지 표준과 인증 요구사항 등을 정리해 국내 기업에 제공하고, 수출상담회·시범사업·공동 세미나와 같은 접점을 만들어 시장 진입 시도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성과발표회는 K 시큐리티 해외진출, KISA 거점이 함께를 주제로 성과보고와 상담회 두 축으로 구성됐다. 성과보고 세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간의 글로벌 협력 성과를 공유하고 2025년 해외진출 지원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각 전략거점 소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코스타리카 등 권역별 시장 규모 추이, 현지 보안수요 유형, 공동 프로젝트 성과를 소개하며 국내 기업 참여 확대를 주문했다.

 

상담회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각 거점 소장단과 일대일로 만나 구체적인 진출 전략을 논의했다. 기업들은 현지 정부 조달 참여 방식, 파일럿 프로젝트 추진 절차, 파트너 발굴과 계약 구조, 데이터 현지화 요구와 같은 애로사항을 공유했고, 거점 측은 축적된 네트워크를 활용한 레퍼런스 확보 전략, 단계별 시장 진입 시나리오, 연계 가능한 정부·공공 프로젝트 정보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례적 상담 구조가 단발성 전시·상담회를 넘어 수년 단위의 레퍼런스 구축과 후속 수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전략거점 운영의 핵심 축 중 하나는 4대 보안모델 확산이다. 정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국내에서 축적된 침해사고 대응, 정보보호 관리체계, 개인정보보호, 산업·공공 분야 특화 솔루션 등을 패키지 형태의 보안모델로 정리해 해외 공공·민간 프로젝트에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권역별 보안 컨퍼런스와 연계한 수출상담회, 시연 행사, 공동 워크숍을 통해 국내 제품·서비스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함께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클라우드 확대, OT·ICS 보안 수요 급증, 랜섬웨어 피해 확산으로 보안 투자가 필수 예산 항목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국가 차원의 사이버보안 전략을 고도화하면서 공급망 보안, 중요 인프라 사이버 규제, 제로트러스트 아키텍처 도입을 가속하는 중이다. 중동과 동남아, 중남미 국가들도 스마트시티, 전자정부, 디지털 금융 확산 속에 보안 체계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리 기업에도 레퍼런스를 확대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가별 데이터 보호 법제와 클라우드 규제, 암호화·감사 로그 등 기술요건 차이, 현지 파트너사와의 수익 배분 구조는 여전히 진입장벽으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전략거점이 단순 수출지원 창구를 넘어, 현지 규제와 기술 요건을 반영한 솔루션 현지화, 공동 인증·테스트베드 역할을 강화해야 실질 성과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 분야별로 특화된 보안 수요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국내 기업이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맞춤형 매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정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전략거점 운영을 포함해 현지 수요 기반 글로벌 협력을 넓히고 해외진출 애로 해소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자리가 국내 기업이 새로운 해외시장을 발굴하고, 정보보호 거점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거점 전략과 민간의 기술 경쟁력이 맞물릴 경우, 국내 정보보호 산업이 고성장하는 글로벌 보안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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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k시큐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