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충남·대전 모범 통합해보자"…이재명 발언에 대전시·의회, 국회 특별법 통과 압박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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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지방분권 구상과 수도권 집중 견제를 둘러싼 셈법이 다시 맞붙었다. 대전광역시와 대전시의회,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가 한자리에 모여 행정통합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구하며 정국 압박에 나섰다.  

 

대전시는 12일 대전광역시청 대강당에서 대전시의회,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와 함께 대전충남 행정통합 시민 한마음 촉구대회를 열고,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의 신속한 국회 심의와 의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경과를 공유하고 시민 여론을 결집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전·충남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영상과 보고를 함께 시청하고, 향후 추진 일정과 과제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은 통합이 지역 발전 전략을 재편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창기 위원장은 통합 효과를 수치로 제시했다. 이창기 위원장은 "통합 시 인구 360만명 규모의 초광역 혁신 클러스터가 형성돼 광역교통·생활권 확장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충청권의 경쟁력 확보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 효율과 광역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기본 틀로 통합을 제시했다.  

 

대전시는 통합 이후 교통망과 산업 벨트, 공공서비스 체계를 아우르는 초광역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특히 대전과 충남이 이미 공유하고 있는 과학기술, 방위산업, 첨단 제조업 기반을 하나의 행정단위로 묶을 경우 투자 유치와 규제 개선에서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은 대통령 발언을 직접 언급하며 국회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장우 시장은 "대통령께서도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명확히 인정한 만큼, 이제는 국회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조속히 심사·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입법 지연이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담론은 지난해 11월 대전광역시장과 충청남도지사, 양 시도의회 의장이 공동 선언문을 채택해 발표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양측은 통합을 통해 충청권 성장축을 강화하고 균형발전을 가속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이후 실무 논의 기구로 민관협의체가 구성됐고, 법·제도 정비 작업이 병행돼 왔다.  

 

입법 절차는 지난 10월 2일 분수령을 맞았다. 이날 국회에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법안에는 대전과 충남을 통합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근거와 함께, 경제과학수도 육성을 위한 국가 지원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기국회 회기 일정과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연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이어져 왔다.  

 

국면 전환의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된 쟁점이 많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정 지역 통합을 긍정적으로 거론한 것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대전시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특별법안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만큼,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 검토가 탄력을 받을 수 있고, 국회 논의도 명분을 확보했다는 해석이다. 대전시와 민관협의체는 이날 촉구대회를 계기로 국회 상임위 간사단과 각 당 지도부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야당과 여당 내부에서 각각 재정 부담, 행정 효율성, 주민 수용성 등을 둘러싼 논쟁이 존재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통합 범위를 충청권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과, 대전·충남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앞으로의 공청회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통합 추진 동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국회 일정과 연동한 전략도 제기된다. 지역 현안을 앞세운 행정통합 의제가 총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에서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자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충청권 표심을 의식한 여야의 셈법이 얽히면서 법안 통과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대전시청 대강당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특별법안 조속 처리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향후 국회 논의를 지켜보며 연대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모았다. 대전시는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한 공론화와 주민 의견 수렴을 계속 진행하는 한편, 국회가 특별법안을 둘러싼 본격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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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장우#대전충남행정통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