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서 또 정전협정 위반"…북한, 군사회담엔 침묵한 채 MDL 침범
군사분계선 관리 부실을 둘러싼 남북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는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사흘째 응답하지 않은 가운데 또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벌였다.
20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비무장지대 일대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북한군이 19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지역으로 진입했다. 우리 군은 즉각 경고방송을 실시한 뒤 경고사격을 포함한 조치를 취했고, 북한군은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가 발생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구체적인 침범 지점과 규모 등 세부 사항은 군사적 보안 사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국방부는 17일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다. 군사분계선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1973년 이후로 방치되면서 상당수가 유실됐고, 이에 따라 남북 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북한은 국방부 제안 이후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해 초부터 비무장지대 내에서 철책선 설치와 지뢰 매설 등 군사시설 강화 작업을 확대해 왔고, 그 과정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군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 횟수가 작년에는 10회 미만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미 10회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정전협정상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침범은 명백한 위반 행위로 규정돼 있다.
국방부는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을 위한 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의 군사회담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 측이 회담을 다시 제안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제안을 유지한 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비무장지대 내 군사활동을 확대하면서도 대화 요청에는 응하지 않는 이중 행태가 한반도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군사정책 라인이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현장의 우발적 충돌이 구조적 위험으로 상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국방부는 당분간 북한의 추가 군사분계선 침범과 비무장지대 내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군사적 긴장 관리와 대화 재개 가능성을 병행해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와 정치권도 정전협정 체제 안정과 우발 충돌 방지 대책을 놓고 추가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