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클라우드 EMR 세나클 인수…디지털헬스 인프라 선점 노린다
클라우드와 데이터 기술을 앞세운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네이버가 의료기관의 핵심 정보 인프라인 전자의무기록을 직접 품에 안으며 사업 축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 서비스 기업 세나클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제이앤피메디, 인바디 투자에 이은 이번 딜을 네이버 헬스케어 플랫폼 전략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의료 데이터 생산 지점에서부터 임상시험, 생활 건강관리까지 수직 통합 구조를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세나클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기존 8점8퍼센트였던 지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지분 100퍼센트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계획도 밝혔다. 투자 금액과 상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네이버 내부에서는 클라우드, 인공지능, 데이터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 기업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나클은 1차 의료기관을 타깃으로 한 클라우드 EMR 서비스 오름차트를 주력으로 하고, 환자용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클레 등을 앞세워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등 다양한 진료과를 공략하고 있다. 병원 내부 서버에 설치하는 온프레미스 EMR과 달리, 세나클의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돼 초기 구축 비용과 관리 부담이 낮고,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가 중앙에서 이뤄지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 설계가 상대적으로 유연해 향후 보험 청구, 원격 모니터링, 환자 앱과의 데이터 연계 등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세나클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타임과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관 스태티스타가 선정한 2025 세계 최고의 헬스테크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헬스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수준의 서비스 안정성과 사용자 경험, 데이터 처리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국내 1차 의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EMR 기업을 확보함으로써, 클라우드 인프라와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 현장에 녹여낼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시장 관점에서 EMR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진료기록, 처방, 검사 결과, 영상 및 생체 정보 등 대부분의 의료 데이터가 처음 생성되고 저장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존 온프레미스 EMR은 병원별로 시스템이 쪼개져 있고,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진료 지원 시스템이나 디지털 치료제,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 등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클라우드 EMR은 이런 한계를 완화해,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헬스케어 플랫폼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네이버는 올해 임상시험 플랫폼 기업 제이앤피메디, 체성분 분석 장비 1위 기업 인바디에 이어 세나클에 투자하면서 헬스케어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퍼즐을 맞추고 있다. 제이앤피메디와는 임상시험 데이터 수집과 관리 과정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기반 분석 고도화를 추진 중이고, 인바디와는 시니어케어, 체성분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EMR 기업 세나클을 더하면서, 의료기관 진료 데이터, 임상시험 데이터, 생활 건강 데이터를 하나의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플랫폼 안에 올리는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인수는 최근 빠르게 커지는 인공지능 진료 지원 수요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진단 보조, 약물 상호작용 경고, 검사 결과 해석, 행정 업무 자동화 등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병원 정보시스템과 인공지능 엔진 사이에 안정적인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세나클의 오름차트가 네이버클라우드 인프라와 네이버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할 경우,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경량 진료 지원 서비스부터, 장기적으로는 보험사, 약국, 요양시설과 연계된 통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클라우드 EMR과 테크 빅테크의 결합은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대형 EMR 사업자와 손잡고 클라우드 전환, 인공지능 음성 문진, 자동 기록 입력 등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중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구독형 클라우드 EMR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EMR 시장이 다수의 중소 사업자로 분산돼 있고, 클라우드 전환률도 낮은 편이어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투입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세나클 인수는 국내에서 빅테크가 의료정보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품에 안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의료정보 보호와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클라우드 EMR을 도입하는 의료기관이 늘수록,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규제에 맞춘 보안 체계와 데이터 관리 기준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특히 의료정보를 인공지능 학습과 서비스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동의 절차, 가명정보 처리, 국외 이전 여부 등 복잡한 이슈가 얽혀 있다. 네이버는 기존 클라우드 사업에서 축적한 보안 인증과 데이터 관리 노하우를 앞세워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세나클과 함께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위의석 세나클 대표는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세나클이 네이버와 함께 최근 증가하는 인공지능 진료 지원 수요와 서비스 안정성 강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네이버가 지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다양한 가치를 하나로 연결하는 오름차트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네이버 측에서도 세나클을 기술적 완성도와 플랫폼 확장성을 모두 갖춘 파트너로 평가하며, 의료기관 핵심 인프라인 EMR 기반으로 의료기관 내부 업무와 외부 기관 연계 전반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세나클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단순 투자 차원을 넘어 헬스케어 사업의 핵심축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이 제도와 규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플랫폼 기술 역량과 함께 의료 현장의 신뢰 확보 여부가 향후 성패를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산업계는 이번 인수가 네이버의 기술과 헬스케어 생태계가 실제 의료 현장과 시장에 안착하는 출발점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