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워터마킹 AI 강화…네이버웹툰, 글로벌 단속 전면에
웹툰 불법 유통을 겨냥한 인공지능 기반 워터마킹 기술이 콘텐츠 산업 보호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자체 개발한 불법 유통 추적 시스템 툰레이더를 중심으로 국내외 수사 공조, 글로벌 저작권 단속 네트워크 연계까지 확대하면서 웹툰 산업의 수익 구조 방어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기술 기반 저작권 보호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웹툰은 26일 2025년 대한민국 저작권 보호대상 및 저작권 발전 유공 포상 시상식에서 자사 인공지능 안티 파이러시 조직을 이끄는 서충현 AI·안티 파이러시 리더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상 배경에는 불법 웹툰 유통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워터마킹 기술 고도화, 국내외 수사 공조, 글로벌 단속 기구와의 협력 등 기술과 제도를 결합한 입체적 대응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서 리더가 이끄는 안티 파이러시 팀은 네이버웹툰의 핵심 저작권 보호 플랫폼인 툰레이더의 연구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툰레이더는 웹툰 이미지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추적하고 차단하는 기술이다. 단순한 저작권 침해 신고 접수 수준을 넘어서, 실제 유출 경로를 식별하고 반복 유출자를 기술적으로 배제하는 기능까지 포괄한다.
핵심은 강화된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이다. 네이버웹툰은 2021년부터 툰레이더에 AI 기술을 도입해 불법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미지 훼손과 변형에 대한 강인성을 끌어올렸다. 캡처, 리사이즈, 노이즈 추가, 필터 적용 등 다양한 비정상 편집이 가해져도 워터마크 신호를 남겨 유출자를 추적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유출 형태에 상관 없이 원본을 제공받은 사용자 단위로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안티 파이러시 팀은 여기에 웹툰 불법 유출자 행동 기반 모델링을 결합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 언제, 어떤 지역과 디바이스에서 주로 유출되는지 패턴을 분석해 사전 차단 정책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예측 모델을 통해 불법 공유가 급증하기 직전 구간을 포착해 차단을 강화하면서 불법 유통되는 작품 수를 줄이고, 설령 유출이 발생해도 확산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술 대응과 병행해 내부 통제 인프라도 구축했다. 안티 파이러시 팀은 사내 저작권 보호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해 작가와 내부 조직에서 감지한 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툰레이더와 연동해 실시간 차단과 법적 조치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온라인 정보 수집과 증거 확보를 체계화해 국내외 수사기관에 제공, 웹툰 불법 사이트 검거를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글로벌 차원에서의 공조도 강화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초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이자 웹툰·웹소설 플랫폼 중 유일하게 글로벌 저작권 보호 전문조직 ACE 회원사로 가입했다. ACE는 2017년 미국영화협회 산하에서 출범한 저작권 보호 전문 기구로, 영화와 방송, 스트리밍 콘텐츠 불법 유통 단속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단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네이버웹툰은 ACE와의 협력을 통해 해외 주요 지역의 수사 당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의 공조 채널을 넓히고 있다.
법제도 활용 전략도 공격적이다. 네이버웹툰은 2023년부터 업계 최초로 창작자를 대리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미국 법원을 통한 소환장 조치를 본격화했다. 소환장 제도는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기반해 온라인 서비스 상에서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 저작권자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침해로 의심되는 회원의 개인 정보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절차다. 통상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내 웹툰 업계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었지만, 네이버웹툰이 플랫폼 차원에서 전면에 나선 셈이다.
이 같은 기술·법적 공조의 결합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소환장 제도를 활용한 대응으로 현재까지 누적 250여 개 불법 웹툰 사이트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냈다. 이들 사이트의 연간 방문 트래픽 합계는 41억 회를 넘는 수준으로, 웹툰 산업 전체 매출과 작가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업계 안팎에서는 AI 기반 워터마킹과 글로벌 소환장 전략을 연계한 사례로서, 향후 다른 콘텐츠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네이버웹툰은 기술 단속을 넘어 인식 개선 활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티 파이러시 팀은 웹툰 불법 유통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술적 대응의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국내외 토론회와 컨퍼런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웹툰이 글로벌 IP 비즈니스의 핵심 축으로 커지면서, 영화·게임·드라마 등 2차 저작물 시장까지 고려한 저작권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업계 전반에 확산하는 역할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네이버웹툰의 행보를 웹툰 산업 전반의 저작권 보호 수준을 끌어올리는 모델로 평가하는 시각이 나온다. AI 워터마킹과 행동 기반 차단 기술로 불법 유출을 기술적으로 압박하고, 동시에 DMCA 소환장과 ACE 공조를 통해 국제 단속망을 촘촘히 만드는 방식이 향후 글로벌 웹툰 플랫폼 간 경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각국이 온라인 저작권 단속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 국내 기업이 선제적으로 기준을 맞춰가면 향후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충현 리더는 수상 소감에서 이번 표창을 팀 전체의 성과로 돌리며, 웹툰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고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수익을 보호하는 것은 웹툰 생태계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안티 파이러시 팀이 앞으로도 기술과 제도를 결합한 대응을 멈추지 않고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수준의 억제력과 수익 회복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