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만루 찬스서 집중력 폭발”…이정후, 볼넷·2경기 연속 안타→샌프란시스코 역전승 견인

여름 끝자락, 묵직한 긴장감이 맴도는 위스콘신의 밤에 이정후의 방망이는 다시 한 번 소속팀을 구했다. 2경기 연속 안타와 경기 막판 볼넷으로 팀의 역전승을 견인하며, 잠시 잦아들었던 타격감에 확실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라운드 위 선명하게 새겨진 이정후의 이름은 환호와 격려 속에서 더욱 빛났다.

이정후는 25일 미국 위스콘신주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23일 연속 안타 행진이 멈췄던 아쉬움을 안은 채 다시 2경기 연속 안타로 타격감을 되찾았고, 시즌 타율은 0.259를 유지했다. 8월 한 달 동안 0.310의 타율로 상승세도 이어갔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힘겨운 모습이었다. 1회 삼진, 2회 좌익수 플라이, 5회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결실이 없었다. 그러나 팀이 2-3으로 뒤지던 8회, 상대 불펜 애브너 우리베의 158.6㎞ 강속구를 노려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윌리 아다메스의 안타로 2루까지 달렸으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진짜 승부는 9회 초였다. 2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트레버 매길의 빠른 공을 침착하게 골라 볼넷으로 나가 만루를 만들었다. 이 결정적인 선택은 곧장 엘리오트 라모스의 적시타로 연결돼 팀이 4-3, 짜릿한 역전의 기쁨을 누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날 승리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 팀인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2연승을 달리는 저력을 보였다. 시즌 전적은 63승 68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를 지켰다. 

일상처럼 반복되는 경기를 견뎌야 하는 선수들에게도 한 번의 집중이 남기는 울림은 크다. 멀리서도 팬들은 이정후가 흔들림을 딛고 다시 쌓아 올린 타격 상승세에 박수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의 의미 있는 이 하루는 미국 현지 팬들과 국내 팬 모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