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검찰 수사 사실과 다르다 억울함 많다"…이정선, 사법 리스크 속 재선 강행 구상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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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법정 공방과 내년 지방교육자치 선거가 정면 충돌했다. 광주광역시교육감 선거를 6개월 앞두고 이정선 광주광역시교육감이 구속 위기에서 한숨을 돌렸지만, 재판 부담 속 재선 도전 구상이 정치권과 교육계에 파장을 낳고 있다. 반대 진영의 후보단일화 움직임과 제3후보 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선거 구도가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11일 광주지방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이정선 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고 기소 가능성도 여전하지만, 최소한의 신병 위기에서는 벗어나면서 이 교육감은 재판을 받으면서도 교육감직을 지키고 내년 선거까지 치르겠다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정선 교육감은 영장 기각 직후 검찰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과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검찰의 수사는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 억울함이 많다"고 말하며 정치적 수사라는 인식을 내비쳤다. 주변에서는 수사와 영장 청구 모두가 현직 교육감을 흠집 내려는 무리한 시도였다는 인식 확산에 힘을 싣는 기류도 감지된다.

 

사법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이 교육감 측은 향후 행보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사퇴나 불출마, 재선 도전 포기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판 대응과 선거운동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의 영장 청구로 강한 기소 의지가 확인된 만큼, 실제 재판이 시작되면 교육감 직무 수행과 선거 준비, 법적 대응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이 교육감 측은 현직 프리미엄보다 재판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판단할 경우, 예비후보 등록을 서둘러 선거전에 전면적으로 뛰어드는 방안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일 120일 전부터 가능하다. 이 경우 연말연시까지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뒤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제한적 선거운동에 나서 상대 후보들의 공세에 직접 대응하는 그림도 구상할 수 있다. 이 교육감 측 관계자는 "지리한 소송전이 시작될 텐데 광주시민과 교육 가족의 도움으로 내년 선거에서 이기고 명예회복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의 사법 리스크는 야권 성향 교육계가 추진해온 후보단일화 셈법에도 적잖은 변수를 던졌다. 김용태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장, 오경미 전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국장, 정성홍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장은 이 교육감 재선 저지를 목표로 단일후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직 교육감이 재판에 발목 잡힌 상황은 이들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교육감이 일반적인 현직 프리미엄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게 된 만큼, 후보단일화만 성사된다면 어느 때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후보단일화를 주도하는 시민공천위원회는 계획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교사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광주지역 110여 개 교원·사회·노동단체가 참여한 이 위원회는 애초 일정과 절차대로 단일후보를 선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시민공천위원회 관계자는 "후보 경쟁력을 강화해 당선율을 높이는 방법은 단일후보가 가장 좋다"며 "후보단일화 작업은 이 교육감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보 교육계 내부에서도 단일화 속도와 시점을 둘러싼 이견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정선 교육감의 사법 리스크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만큼, 무리하게 조기 단일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제기된다. 한 출마예정자 측 관계자는 "내년 2월 뽑으려는 단일후보 선출 일정을 좀 더 여유를 갖고 늦춰 후보별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구도가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제3후보 등장 가능성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현직 교육감에 대한 사법 불신과 전교조 성향 출마예정자들에 대한 피로감이 겹쳐, 기존 양 축으로는 표심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시각이 확산될 경우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여론이 현실 정치와 맞물리면 새로운 인물을 향한 탐색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 분석가들도 유동성을 강조한다. 오승용 메타보이스 대표는 "선거가 6개월가량 남아 있으므로 어떤 상황이라도 나올 수 있다"며 "교육감 측 지지자들이 더욱 뭉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며, 후보단일화 움직임에 변화가 올 수도 있고, 팽팽하던 구도에 한 축이 무너졌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수요에 따라 다른 축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광주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진영 간 단일화 경쟁, 제3후보론이 한꺼번에 부상하면서 지역 교육정치는 한동안 격랑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과 교육계는 이정선 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 시민공천위원회의 단일후보 선출 절차, 잠재적 신규 후보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내년 선거 지형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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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김용태#광주교육감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