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유출 후쿠팡DAU붕괴…e커머스신뢰경쟁급선회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성장의 핵심 지표인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눈에 띄게 흔들리며 e커머스 산업의 신뢰 경쟁 구도가 다시 짜이고 있다. 쿠팡이 확보해 온 1500만 명대 이상 트래픽이 무너지는 사이 경쟁사로의 이동이 가시화되고, 국회 청문회와 해외 집단 소송까지 겹치며 데이터 보안이 플랫폼 비즈니스 지속 성장의 분기점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역량이 물류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 못지않은 핵심 기술 자산으로 평가받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1488만2151명으로 내려앉았다. 다음 날인 20일에도 1484만3787명에 머물며 하락세가 이어졌다. 그동안 유지되던 1500만 명대 이용자 규모가 처음으로 깨진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기 전 지난달 1일 기준 쿠팡 DAU가 약 1798만 명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약 300만 명 가까운 이용자가 이탈한 셈이다.

쿠팡 트래픽 흐름을 시점별로 보면 변곡점은 분명하다. 연말 쇼핑 성수기 효과로 지난달 내내 1700만 명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며 안정적인 고점 구간을 형성하다가, 11월 29일 3370만 명 규모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실 공지 이후 흐름이 꺾였다. 공지 직후인 11월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는 DAU가 1700만 명대를 유지하며 되레 소폭 오르는 양상이 관측됐는데, 이는 이용자들이 계정 상태 확인, 탈퇴 여부 검토, 비밀번호 변경 등 보안 설정 점검을 위해 일시적으로 접속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후 이탈세가 본격화되며 1400만 명대 초반까지 내려온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락 패턴이 일반적인 계절 요인이나 프로모션 종료에 따른 조정 국면과 뚜렷이 다르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공지 직후 네이버플러스스토어, G마켓, 11번가 등 주요 경쟁 플랫폼의 DAU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계절적 비수기나 할인 행사 종료에 따른 트래픽 조정은 통상 일정 기간 완만한 곡선으로 나타나지만, 쿠팡 DAU는 공지 이후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신뢰 훼손에 따른 이탈 흐름이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DAU 하락은 단순 방문 감소가 아니라 플랫폼 내 모든 디지털 활동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DAU 감소는 곧 검색, 장바구니 담기, 리뷰 작성, 결제 시도 같은 이벤트 데이터 축소를 의미하며, 이 데이터들은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수요 예측, 재고 최적화 등 AI 기반 서비스 개선의 학습 재료 역할을 한다. 단기적으로는 주문량과 매출 위축이, 중기적으로는 추천 정확도 하락과 마케팅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쿠팡이 구축해 온 로켓배송 물류 네트워크와 광고 플랫폼은 방대한 이용자 행동 데이터에 기반해 운영돼 왔다. 데이터 규모와 다양성이 줄면 상품 노출 전략과 물류 동선 최적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이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데이터 드리븐 플랫폼 비즈니스의 근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데이터 신뢰도 제고와 보안 기술 투자 수준을 부각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 네이버플러스스토어와 G마켓 등은 이미 다중 인증, 결제 정보 토큰화, 의심 로그인 탐지 기술 등 보안 기능을 고도화해 왔다. 실제로 로그인 패턴과 기기 지문 정보를 활용해 비정상 접속을 조기에 차단하는 행태 기반 인증 기술, 민감 정보 암호화를 위한 키 관리 시스템 등은 e커머스 플랫폼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도입하는 보안 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이번 쿠팡 사례를 계기로 경쟁 플랫폼들이 보안 아키텍처 업그레이드와 데이터 보호 기술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빅테크와 대형 유통 플랫폼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미 반복된 이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유통사의 해킹 사고 이후 수년간 브랜드 신뢰도와 고객 유지율이 회복되지 못한 사례가 보고돼 왔다. 특히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이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규제가 적용되는 시장에서는 보안 역량 자체가 사업 리스크와 직결된다. 국내에서도 전자상거래와 플랫폼 산업에 대한 데이터 규제 환경이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흐름이어서, 기업별 정보보호 체계와 사고 대응 역량이 중장기 경쟁 우위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과 규제 기관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다루는 연석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과방위는 전체회의에서 쿠팡 침해 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플랫폼 내 거래 구조, 물류와 배송 인력 노동환경 실태를 포괄적으로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의결했다. 한 번의 기술적 사고가 정보보호 체계뿐 아니라 알고리즘 기반 상품 노출 구조의 공정성, 노동 환경 문제까지 연동된 플랫폼 전반의 구조적 이슈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도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 절차가 진행되며 법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이용자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일수록 각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데이터 이전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해, 보안 사고 이후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출 정보 범위와 암호화 수준, 사고 인지와 통지까지 걸린 시간, 후속 조치의 투명성 등은 향후 손해배상 규모와 규제 당국 제재 수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유통 시장에서 데이터 보호는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비즈니스 존속 요건이 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 한 정보보호 컨설팅 업계 전문가는 대규모 플랫폼일수록 보안 사고 발생 시 이용자 행동 데이터 손실, 알고리즘 신뢰 약화, 규제 비용 증가가 한꺼번에 나타난다며 기술 투자와 사고 대응 체계를 동시에 고도화하지 못하면 성장 곡선 자체가 꺾일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쿠팡의 DAU 급감이 일시적 진통에 그칠지, 국내 e커머스 판도를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