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XRP 거래소 물량 30% 증발”…암호화폐 시장, 공급 압박에 가격 전망 갈린다
현지시각 기준 11월 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리플 XRP(XRP)를 둘러싼 공급 부족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거래소에 남은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와 대형 투자자의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면서 향후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부 외신의 낙관적 전망은 거시 경제와 규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암호화폐 정보매체 AMB크립토에 따르면 리플 XRP는 2025년 기록한 최고가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소매 투자자와 고래(Whale), 기관 투자자를 막론하고 공격적인 매집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0월 시장 급락 당시 1만 9,400건에 달했던 거래소 예치 거래는 11월 내내 1,000건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현재는 228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거래소로 유입되는 물량이 급감한 셈이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집계에 따르면 모든 거래소에 보유된 리플 XRP는 2월 이후 약 29% 감소했다. 지난 두 달 동안만 전체의 34.18%에 해당하는 약 13억 5,000만 개가 거래소에서 이탈해 콜드 월렛이나 자체 수탁(self-custody) 지갑으로 이동했다. 거래소 잔고는 39억 5,000만 개에서 26억 개 수준으로 줄었고, 이는 매도 측 유동성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안팎에서는 조용한 공급 압박(supply squeeze)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고래를 포함한 대규모 시장 참여자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래의 거래소 유입(Whale to Exchange Flow)은 10월 4만 8,700건에서 현재 1,000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형 보유자들이 거래소에 코인을 보내 매도하는 대신 보유를 유지하거나 장외·비거래소 영역에서 매집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60일 동안 거래소 순유입액(Netflow)이 양수를 기록한 날은 14일에 그쳤고, 전반적으로 유출이 우세한 가운데 순유출 규모는 약 마이너스 823만 달러로 집계됐다.
리플 XRP 현물 ETF의 등장은 공급 부족 우려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과거 리플 XRP는 소규모 트레이더 중심의 거래에 의존했지만, 몇 주 전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AMB크립토는 리플 XRP 현물 ETF가 출시 직후부터 순유입(Net Inflows)을 기록해 총 순자산(Total Net Assets)이 2억 4,800만 달러에서 6억 8,700만 달러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2주 만에 4억 3,900만 달러가 증가한 셈으로, 기관 자금이 ETF를 통해 리플 XRP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자금 유입은 공개 시장에서 접근 가능한 실질 공급량을 추가로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신 보도는 이 같은 거래소 공급 축소와 ETF 기반 기관 수요 확대를 근거로 리플 XRP가 향후 공급 충격(supply shock)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유지되면 가격 상승 압력이 누적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리플 XRP 가격은 4분기 초 3.05달러에서 1.8달러까지 하락한 뒤, 최근에는 2.0∼2.2달러 사이의 평행 통합 채널(parallel consolidation channel)에서 횡보하고 있다.
AMB크립토 등 일부 매체는 수요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될 경우 리플 XRP가 조만간 박스권을 돌파해 2.5달러 저항선을 재차 시험하고, 12월 중에는 3.1달러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은 ETF 자금 유입과 거래소 물량 감소를 가격 상승의 직접적 촉매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우선 암호화폐 시장은 글로벌 금리 수준, 인플레이션, 유동성 선호 등 매크로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유지되거나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될 경우, 개별 코인의 수급 개선 효과는 시장 전반의 유동성 축소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 리플 XRP의 공급 축소가 가격 급등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불확실성도 핵심 리스크로 거론된다. 리플 랩스와 미국(USA) 증권거래위원회(SEC) 간 소송의 잔여 쟁점과 향후 암호화폐 규제의 방향은 리플 XRP의 중장기 가격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SEC의 추가 조치나 다른 국가의 규제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기관 수요가 위축되며 ETF를 통한 유입세가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합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리플 XRP가 당분간 2.0∼2.3달러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공급 측 요인만으로 향후 가격을 설명하기 어렵고, 제도 환경과 투자심리,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리플 XRP의 거래소 잔고 감소와 기관 수요 유입이 분명한 구조 변화 신호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러한 구조 변화가 향후 가격에 어떤 방향성으로 반영될지에 대해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공급 압박과 규제 변수, 거시 경제 환경이 맞물린 복합적인 리스크 속에서 리플 XRP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