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정청래, 한반도평화 전략위 띄워 대북정책 주도권 논쟁 가세
외교부와 통일부의 대북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당내에 한반도 평화 전략위원회를 설치해 조정자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통일부 중심의 대북정책 운용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통령실이 나서 한미 협의체 구조를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7일 강원도 춘천시 민주당 강원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전략위원회 설치 방침을 밝혔다. 정 대표는 "한미 관계에서 자주성을 높이고, 남북 관계에서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에 조언하는 당내 특별기구인 가칭 한반도 평화 전략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안에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 위원회의 역할을 이재명 정부 대북·대외정책의 전략 거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남북 관계, 한미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와 발을 맞추면서도, 외교·안보 라인 안에서 불거진 갈등 신호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최근 논란의 출발점은 외교부가 미국과 정례 대북정책 협의를 위한 회의체 구성을 추진한 데서 비롯됐다. 외교부가 미국 측과의 정례 협의체를 전면에 내세우자, 통일부는 해당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며 필요할 경우 미국과 대북정책을 직접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논리였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와 통일부는 전날 각각 대북정책 관련 일정을 별도로 진행하며 미묘한 긴장감을 드러냈다. 정치권과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북정책 컨트롤타워와 한미 공조 방식에 대한 근본적 재조정 요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외교부와 통일부 간 단순 갈등 구도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통일부 방침에 힘을 실었다. 정 대표는 "항간의 언론 보도 등에서는 대북 주도권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으로 보도됐는데 이는 진실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 때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우려와 경고"라고 했다. 부처 간 힘겨루기라기보다, 과거 대북정책 운용 방식에 대한 반성과 견제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는 한미 협의 구조가 남북관계 추진의 제약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사건건 미국에 결재를 맡아 허락된 것만 실행에 옮기는 상황으로 빠져든다면 오히려 남북 관계를 푸는 실마리를 꽁꽁 묶는 악조건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저는 통일부의 방침을 지지한다. 정동영 통일부의 정책적 선택과 결정이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대북·남북 현안을 총괄하는 부처로 통일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다자 구조인 외교·안보 라인의 역할을 청와대 안보 컨트롤타워가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부가 주무 부처를 맡고 외교부가 대미 외교 지원을 담당하면서 대통령실과 NSC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전략 조정을 맡는 체계가 국민께도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NSC가 콘트롤타워로서 이번 한미 협의체의 의제, 권한, 운영 구조를 분명히 해서 국민께 납득을 시켜 주시라"고 요구했다. 한미 협의체의 성격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통일부의 대북정책 권한과 역할도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청래 대표는 외교·안보 관련 부처별 역할을 다시 짚으며 외교안보 라인의 체계적 분업을 강조했다. 그는 "외교 정책은 외교부가, 통일정책·남북관계·한반도 평화는 통일부가, 국가안보·국방정책은 국방부가 맡아서 주도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가 하는 언어를 외교부가 쓰면 문제가 된다. 외교부가 쓰는 언어를 국방부가 쓰면 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통일부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한 존중을 거듭 주문했다. 그는 "통일부는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를 주 업무로 하고 있기에 이런 문제는 통일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게 맞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 전략위원회 설치를 통해 당이 통일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뜻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향후 한미동맹 관리 방식과 남북관계 복원 전략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실 NSC가 부처 간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향후 대통령실 입장과 후속 조치에 따라 외교부와 통일부의 위상과 권한 배분도 달라질 수 있다.
국회와 정치권은 한미 협의체 구성 방향과 통일부 역할을 둘러싸고 추가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 전략위원회 설치 작업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국회 차원의 대북정책 점검과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