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정치개입은 민주주의 위협"…이재명, 특검 전에 검경 수사 지시
정교유착 의혹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치권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사 범위를 놓고 국회 여야가 평행선을 이어가는 상황을 문제 삼으며, 특검 출범 이전 단계부터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동해 북한어민 북송 사건 무죄 판결을 둘러싼 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정국은 다시 격랑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일교와 신천지를 포함한 정교유착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헌법원리를 어기고 종교가 정치에 직접 개입하고 매수하고 유착한 부분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미래, 나라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특검만 기다릴 수 없으니 특수본을 만들거나 경찰과 검찰이 같이 합동수사본부를 만들든 따로 하든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제기돼 온 특정 종교단체 연루 의혹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통일교, 신천지 얘기는 저도 오래전에 얘기했던 의제이긴 한데 특검을 한다고 해서 더 얘기 안 했다"며 "경찰이나 검찰도 수사 준비를 안 하고 있을 것 같다. 너무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든 야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수사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을 물어야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주체와 방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조사하다가 특검이 되면 그때 넘겨주더라도 그 전에 검찰과 행정안전부가 상의해서 누가 할지, 아니면 같이 할지 정해서 팀을 한번 구성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통일교 특검 도입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수사 범위와 대상 설정을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행정부 차원의 능동적 대응을 주문한 셈이다.
이날 발언은 김민석 국무총리의 문제 제기에 화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내란에 이르는 과정을 잘 보면 국정이 흔들리는 과정이 주술 정치, 정교유착 이런 것들이 축적되면서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든다"며 "차제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마침 정치권에서 최근 통일교 특검 얘기도 나오고 신천지도 특검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켜봤다"면서도 "정치적 공방 속에서 잘 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당연히 좋은 결론을 낼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여 안 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특별수사본부를 준비하는 것까지도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종교세력의 정치 개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검이 정치협상에 막힐 경우 행정부 수사 라인이 우회로가 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지시의 배경과 취지를 부연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합동수사본부 등은 일종의 예시"라며 "수동적으로 방관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정부가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법무부, 행정안전부, 검찰과 경찰이 어떤 형태의 특별수사기구를 구성할지가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정교유착 문제와 별도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동해 북한어민 북송 사건에서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이 기소됐다가 최근 일련의 재판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은 사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없는 사건을 만들고, 있는 증거를 숨겨 사람을 감옥 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여기에 대해 책임을 묻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수사·기소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 추궁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같은 사안을 두고 법무부에 감찰과 정리 작업을 주문했다. 김 총리는 "감찰권 남용이나 무리한 법리 적용, 사실상의 조작 기소로 볼 수 있는 정도의 국정원과 검찰의 잘못이 이뤄졌고 인정된 시점"이라며 "(이제) 해를 넘기는 시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라며 "수사한 검사들이 올바르게 했는지에 대한 감찰이나 정리가 필요하지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여기에 공감을 표했다. 정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과거 검찰의 권력 오남용 결과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의 감찰 여부, 검찰의 항소 전략 변화가 향후 사법·정치 영역에서 또 다른 파장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도 종교재단의 정치 개입을 헌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해산 명령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교유착 근절 의지를 강조했지만, 국회의 특검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청와대와 내각 차원의 직접 수사 지시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셈이다.
국회는 통일교 특검안과 신천지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간 수사 대상과 범위를 두고 여전히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정교유착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수사 남용과 정치보복 가능성을 경계하며 정교한 특검 구성과 엄격한 수사 범위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특수본·합수본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입법부의 협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종교와 정치의 유착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돼 있지만, 실제 수사 과정에서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세력의 관계 규명, 공직자 비리 연루 여부를 둘러싸고 거센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과 경찰이 어떤 방향으로 수사선상을 넓히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대선 구도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교유착 특수수사와 서해피격·북송 사건 책임론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정부와 여야는 새해 정국의 또 다른 충돌 요인을 떠안게 됐다. 정부는 특수본이나 합동수사본부 설치 여부를 포함해 수사 방식을 검토할 예정이며, 국회는 정교유착 의혹 특검안과 관련 법안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