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감사로 고통 드렸다"…김인회, 월성·권익위 감사 겨냥 공식 사과
정치감사를 둘러싼 논란과 감사원이 맞붙었다. 윤석열 정부 시기 특정 사건 감사를 두고 제기된 표적 감사 의혹이 내부 조사로 확인되면서, 감사원 수장 대행이 공식 사과에 나섰다.
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감사원 운영쇄신 태스크포스 활동 결과를 발표하며 전임 정부 시기 감사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운영 쇄신 TF 활동 결과 정치감사와 무리한 감사로 인해 많은 분께 고통을 드린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이로 인해 고통을 받은 분들에게 감사원을 대표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특히 월성원전 감사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대상자들을 별도로 거명했다. 그는 "특히 월성원전 감사로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과 권익위 감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전현희 전 위원장께는 더욱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발언 직후 그는 단상 옆으로 이동해 깊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행동으로도 표했다.
김 권한대행은 문제의 책임이 감사원 내부 지휘부에 있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일부 감사에서) 지휘부는 인사권과 감찰권을 무기로 직원들이 정치감사, 무리한 감사를 하도록 이끌었다"며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행위이고 감사원으로서 하면 안 되는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최고 책임자 대행이 감사원의 과거 감사를 두고 정치적 편향과 절차 위반을 공개 인정한 셈이다.
운영 쇄신 TF는 지난 9월 설치된 이후 권익위 감사,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감사, 월성 원자력발전소 감사 등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7개 주요 감사 결과를 다시 점검했다. 감사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3년 권익위 감사와 관련해 "감사 착수부터 처리, 시행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월성 원전 감사에 대해서도 수사 참고 자료 송부와 소송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TF는 내부 조사 과정에서 일부 전·현직 간부의 불법·부당 행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지난달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감사원의 과거 정치감사 논란이 형사 절차로까지 번지며 사정 정국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시 감사 실무를 총괄했던 유병호 감사위원은 TF 결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 위원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TF의 구성, 활동 절차와 방법, 내용과 결과 모두 법과 규정의 테두리를 심각하게 일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만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직 내 불법행위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예고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의 자성 선언과 전임 지휘부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향후 진상 규명 과정이 또 다른 정치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월성원전·서해 사건·권익위 감사 등은 이미 여야가 여러 차례 공방을 벌여온 사안인 만큼,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사실관계에 따라 책임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감사원은 TF 결과를 토대로 감사 착수 절차, 수사 참고 자료 송부 기준, 정치적 중립성 확보 장치 등을 손질하는 내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역시 관련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책임 소재를 점검하는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제도 개선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