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는 1년 내 소각”…더불어민주당, 3차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 지배구조 정조준
자사주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국회로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24일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은 1·2차 상법 개정안에 이은 세 번째 개정안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뒤 1년 내 소각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일정한 목적에 한해 예외를 허용했다. 이 경우 회사는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은 매년 갱신하도록 했다.
규정 위반 시에는 이사 개인에게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사주 매입·보유 과정에서 이사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장치를 둔 셈이다.
법안은 자사주의 법적 성격도 손질했다. 자사주를 자산이 아니라 자본으로 규정해 교환·상환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했고, 질권 설정 목적물로 활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회사 합병이나 분할 과정에서는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모든 주주에게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해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 시행 이전에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에도 동일한 의무를 적용하되, 기업들의 제도 정비를 감안해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제도 전환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오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 제도의 허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자사주에 대한 규제가 미흡해 경영진이 회사의 재산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뒤 특정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를 임의로 활용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과 특정 주주가 자사주를 지배력 유지나 승계 수단으로 활용해온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어 오 의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의 연관성도 부각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에게 특정 주주나 경영진이 그 권한을 악용해 회사 이익을 사유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제도를 정비해 일반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회사의 자본충실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3차 개정안도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2차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기업 이사회 책임 강화, 소수주주 권한 확대를 축으로 한 일련의 입법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규제가 기업 경영 자율성과 충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자사주가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와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돼 온 만큼, 일괄 소각 의무화가 기업 전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반면 소액주주와 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유지와 총수 일가 이익 편취를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자사주 활용 범위, 예외 인정 사유, 과태료 수준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 사이의 균형점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