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억달러 수출 지켜야 한다”…인도, 멕시코 관세폭탄 앞두고 특혜무역협정 카드 꺼냈다

김태훈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16일, 인도(New Delhi, India) 정부가 멕시코(Mexico)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해 약 2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대멕시코 수출을 방어하기 위한 특혜무역협정(PTA) 체결을 공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멕시코가 내달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최고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완료한 상황에서 나와, 양국은 물론 관련국의 교역 구조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인도 상공부의 라제시 아그라왈 차관은 최근 루이스 로센도 멕시코 경제부 차관과 온라인 회의를 가진 뒤, 양국 간 PTA 체결을 위한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날 발표했다. 그는 인도가 제안한 PTA의 구체적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멕시코 측과의 공식 협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현지시각 기준 10일 멕시코 상원이 인도, 중국, 한국 등 FTA 미체결국 수출품에 대해 최고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수출입 관련법 개정안을 승인한 뒤 인도 정부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인도, 멕시코 관세 인상 앞두고 20억달러 수출 방어 위해 특혜무역협정 추진
인도, 멕시코 관세 인상 앞두고 20억달러 수출 방어 위해 특혜무역협정 추진

PTA는 특정 국가에 대해 관세를 선별적으로 인하하거나 철폐하는 방식으로 일방적인 관세 우대를 제공하는 협정이다. 인도가 멕시코와의 완전한 자유무역협정이 아닌 PTA를 우선 추진하는 것도 시간과 협상 범위 측면에서 보다 신속한 대응 수단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그라왈 차관은 “현재 시점에서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며, 당면한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PTA를 먼저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상원이 의결한 개정법은 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발효 시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의 대멕시코 수출 비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의 잠정 추산에 따르면 인도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을 중심으로 약 20억달러 규모의 수출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도의 대멕시코 주요 수출 품목이 자동차, 비금속 광물, 자동차 부품, 직물 등 제조업 중심이라는 점에서, 관세 인상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3년 기준 인도는 멕시코에 57억3천만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하고, 멕시코로부터 30억1천만달러어치를 수입해 상당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멕시코는 인도로 원유, 스마트폰, 금 등을 주로 수출하며, 인도는 제조업 제품, 멕시코는 자원과 전자제품을 공급하는 상호 보완적 교역 구조를 형성해 왔다. 멕시코의 관세 정책 변화는 이러한 균형에 변수를 던지는 셈이다.

 

멕시코의 관세 조정은 내년에 예정된 미국(USA)·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미국을 향한 유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멕시코 정부는 최대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블록경제 체제 유지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며, FTA 미체결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USMCA 무관세 혜택 조건을 자국에 유리하게 조정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0년 발효된 USMCA는 1994년 출범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협정으로, 내년 재검토가 북미 역내 통상 환경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조치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을 지키는 동시에, FTA 미체결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세 인상이 역외 국가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 역내 생산과 투자 유치를 촉진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과 교역 상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멕시코 재계는 고율 관세가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비용을 높여 국내 생산비를 끌어올리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멕시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 투자한 다국적 제조업체들도 공급망 재조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아그라왈 차관은 멕시코의 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멕시코의 주요 타깃은 인도 수출품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도, 인도 정부가 지난 9월부터 멕시코와의 무역 협정을 추진해 온 배경에 관세 인상 움직임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관세 인상 발효 전까지 PTA 협상을 최대한 진전시켜 핵심 수출품목을 관세 우대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멕시코의 관세 인상 정책이 실제로 발효될 경우 폭스바겐과 현대자동차 등 인도에서 차량을 생산해 멕시코로 수출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약 1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들 업체의 인도산 자동차 수출 물량이 멕시코의 새로운 관세 체계 적용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멕시코의 관세 정책 강화와 인도의 PTA 추진이 맞물리면서 양국 간 교역 조건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본다. 자동차와 부품을 비롯한 관련 업종의 수출 전략과 투자 계획에도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멕시코가 다른 FTA 미체결국과도 유사한 관세 정책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서 북미와 신흥 제조국 사이의 디커플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USMCA 재검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북미 역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경우, 인도와 같은 신흥국은 PTA나 부분 협정을 통해 선택적 관세 우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 정책과 인도의 특혜무역협정 추진이 북미 중심 통상 질서와 신흥국 교역 전략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인도#멕시코#usm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