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민주당 의원에도 수천만원 지원"…민중기 특검, 수사 대상 아니라며 편파 논란 확산
정치적 편파 논란과 특검 수사의 중립성 문제가 다시 맞붙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 지원을 법정에서 증언한 데 이어, 이 진술을 전달받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특검팀의 판단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지난 5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20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2022년 2월 통일교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측에도 조직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권성동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했다"며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고 양쪽 모두 어프로치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7∼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이어 통일교 간부인 이 모 씨가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에 접근하려 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존재한다고도 언급했다. 이 발언은 통일교의 정치권 연결고리가 여야 전반에 걸쳐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윤 전 본부장은 이러한 내용을 이미 지난해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 과정에서 상세히 진술했으며, 특검 수사 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팀에 "국회의원 리스트도 전달했다"고 밝혔고,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대 현금과 고가 시계를 제공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 주장에 따르면 한 의원에게는 2018∼2019년 사이 현금 4천만원과 1천만원 상당 시계를, 다른 한 의원에게는 2020년 현금 3천만원을 건넸다. 그는 또 교단 내 정치 후원금,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이 약 15명에 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통일교 관련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녹취록을 확보했고, 최근 윤 전 본부장 재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특검이 국민의힘 관련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만 수사력을 집중하고, 더불어민주당 측 금품 지원 의혹은 본격 수사에서 제외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수사 선택 기준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현재까지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본부장과 한학자 총재에게 2022년 1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통일교 지원을 요청한 혐의, 같은 해 4∼7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천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측 후원 의혹에 대해선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민주당 지원과 관련한 진술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 범위를 규정한 김건희특검법과 직접적 관련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같은 특검 수사에서 김건희 여사와 무관한 사안도 다수 기소됐다는 점을 들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검팀은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수사 도중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 모 씨의 개인 뇌물 혐의를 인지해 구속기소했고,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 역시 김 여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 때문에 특검팀이 특정 정당 정치인과 관련된 범죄 단서를 확보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면 형법상 직무유기나 김건희특검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김건희특검법 제5조는 "특별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독립해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은 곧바로 여야 공방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중기 특검은 통일교가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 금품을 제공하고 15명이 금품 수수에 연루됐다는 구체적 진술이 있는데도 이를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며 "이것이 노골적 선택적 수사이고, 야당 탄압 정치적 수사라는 걸 자인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조직적 불법 후원 여부에서 국민의힘과 차이가 뚜렷하다고 반박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일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처럼 조직적 동원에 따른 불법 후원은 전혀 아니었기에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이라며 "법과 증거에 따른 판단이지 정치적 고려나 편파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법정 진술과 특검 수사 논란에 대해 별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전 본부장 진술을 토대로 특검팀의 직무유기 여부를 문제 삼는 고발이나 추가 진상 규명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통일교 연루 정황이 불거진 만큼 향후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요구와 특검 수사 범위 재조정 요구가 병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특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와 통일교의 여야 연루 의혹을 둘러싼 후속 조치를 놓고 향후 회기에서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