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인1표제 당원투표 여론조사 둔갑"…민주당 당원 954명, 정청래 대표 당헌 개정 제동 시도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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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권력 구조를 둘러싼 갈등과 법원이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1인1표제 도입을 두고 당원들이 효력 정지를 요구하면서,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사법 판단대로 흐르는 양상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 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28일 오후 민주당 당원 954명이 제기한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확인 청구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4일 민주당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며 정청래 대표가 추진 중인 1인1표제에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채권자인 당원 측 소송대리인은 법정에서 1인1표제 추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집중 제기했다. 그는 "1인1표제에 대한 논란이 많아 당내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당원 투표를 여론조사로 둔갑시켰다"며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고도 형식상 의견수렴으로 포장했다는 취지다.  

 

이에 맞서 민주당 측 소송대리인은 당 지도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당헌·당규에 부합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쳤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며 "당원 투표는 의견 수렴을 위한 조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당무위원회에서 방향을 정했고, 당원 투표는 그에 대한 확인 차원의 절차였다는 논리다.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권한 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로 1인1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가치를 현행 20 대 1 미만에서 1 대 1로 맞춰, 대의원 중심 구조를 완화하고 일반 당원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당 지도부는 이를 정 대표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해 왔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당원 의견수렴 투표 결과, 1인1표제 안건에 전체 응답자의 86.8%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높은 찬성률을 근거로 지도부는 개편 필요성과 당원 지지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투표의 법적 성격과 절차적 정합성을 두고 이견이 커지며, 해당 결과가 오히려 당내 분열의 진원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특히 영남 등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확산돼 왔다. 일부 중진과 지역위원장들은 1인1표제가 도입될 경우 조직 기반이 약한 지역의 발언권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또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개편 논의가 속도감 있게 추진된 점을 두고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계획했던 중앙위원회 개최 시점을 미루고, 추가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 사건이 법원에 접수되면서 논쟁의 무게추는 사법부 판단으로 옮겨졌다.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될 당헌·당규 개정안 자체가 제동에 걸릴 수 있어서다.  

 

법원 판단 시점도 정치적 긴장을 키우는 변수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민주당 중앙위원회가 예정된 다음 달 5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위원회가 실제로 1인1표제 도입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을지 여부가 법원 결론에 연동될 수 있어, 지도부와 반대파 모두 판결 시점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심문으로 여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직접적인 파장은 제한적이지만, 민주당 내 권력 구조 개편 논쟁은 당내 역학과 향후 공천 룰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대의원 제도 축소 여부는 향후 총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 구도와 맞물리며 반복적으로 쟁점화돼 왔다.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첫 대규모 규칙 개편에 법원이 개입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민주당 리더십의 추진력과 조정 능력에 대한 평가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법원이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경우, 지도부의 정당성 논쟁과 당내 갈등 수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가처분 결정 시점이 중앙위원회와 맞물리는 만큼, 민주당은 법원 판단을 지켜보며 중앙위원회 안건 구성과 절차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도 민주당 내 권한 구조 개편 흐름이 내년 총선 전략과 공천 원칙 논의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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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1인1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