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발굴한 대사질환 약물…JW중외제약, 국가과제 선정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이 대사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이 자체 AI 플랫폼 제이웨이브로 발굴한 신약후보가 국가 주도 신약개발 생태계에 편입되면서, AI가 초기 후보물질 설계와 최적화 단계에서 얼마나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산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이 국내 제약사의 AI 활용 신약개발 경쟁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JW중외제약은 제이웨이브를 활용해 도출한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 2025년도 제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신약 R&D 생태계 구축 연구 후보물질 분야 과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제이웨이브는 회사가 개발한 AI 기반 통합 신약연구 플랫폼으로,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도출에 이르는 초기 신약 R&D 전주기를 지원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연구진은 구조 기반 모델을 고도화하고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짧은 기간 안에 유효물질을 뽑아내고, 후보들 가운데에서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선도물질을 추려냈다. 구조 기반 모델은 단백질과 화합물의 3차원 결합구조를 예측해 결합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자를 선별하는 방식이며, 강화학습은 AI가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결합력과 약효, 독성 예측 지표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분자 구조를 반복적으로 수정하도록 학습시키는 기법이다. 기존 실험실 스크리닝이 수만 개 화합물을 실제로 합성하고 시험해야 했다면, 이번 접근은 가상공간에서 후보군을 크게 압축해 실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현재 확보된 선도물질은 후보물질 단계에서 추가 최적화가 진행 중이다. 이번 국가과제를 통해 JW중외제약은 24개월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아 비임상 진입을 위한 선도물질 구조 정밀 조정, 작용기전 규명 연구, 예비 독성시험 등을 순차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후보물질이 비임상 안전성 평가를 통과할 경우 임상시험을 위한 비임상 패키지 확장과 임상 진입 전략 수립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이번에 발굴한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에 대해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신규 기전을 갖춘 경구용 계열 내 최초 후보물질이라고 강조했다. 계열 내 최초, 즉 퍼스트 인 클래스는 동일 계열 약물 중 처음으로 특정 기전을 공략하는 약을 뜻해 차별적 효능과 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되는 영역이다. 관계자는 해당 후보가 상용화에 이를 경우 현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대사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웨이브의 기반에는 JW중외제약이 그동안 구축해 온 빅데이터 시스템이 있다. 회사는 이전에 운용해 온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해 제이웨이브를 만들었다. 이 플랫폼에서 연구진은 약물 탐색부터 선도물질 최적화까지, 신약후보 발굴 전 단계를 하나의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단일 타깃에 맞는 후보를 찾는 전통적 방식과 달리, 여러 타깃과 경로를 동시에 탐색하고 최적 조합을 도출할 수 있는 구조다.
제이웨이브가 다루는 데이터 규모도 눈에 띈다. 약 500종이 넘는 세포주와 오가노이드, 다양한 질환 동물모델의 유전체 정보와 4만여 개 합성 화합물 데이터가 통합돼 있다. 이 생물학·화학 데이터에 20여 종의 AI 모델을 적용해 타깃 예측, 약효 예측, 독성 예측, 약물 재창출 등 다양한 분석을 수행한다. 여러 AI 모델을 병렬로 활용해 특정 화합물의 작용기전, 예상 부작용, 약동학적 특성 등을 동시에 추정함으로써 실패 확률이 높은 후보를 초기에 걸러내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제이웨이브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확장해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 처리와 AI 학습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온디맨드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어, 복수의 질환 영역을 동시에 탐색하고 모델을 자주 업데이트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회사는 이 플랫폼을 산 학 연 병 공동 연구의 기반으로 개방해 외부 파트너와의 공동 타깃 발굴, 공동 후보물질 설계 등 협력 모델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처럼 자체 AI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운영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에 활용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어서, 향후 협업 생태계가 어떻게 확장될지 주목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신약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백질 구조 예측, 생체 내 반응 시뮬레이션, 임상 성공 확률 예측 등을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설계를 동시에 최적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에 비해 국내 제약사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플랫폼 구축에 나섰지만, 이번 JW중외제약 사례처럼 자체 데이터와 AI 역량을 결합한 구체적 후보물질 성과가 나오면서 격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가신약개발사업과 같은 공공 지원 프로그램이 AI 기반 신약 플랫폼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후보물질을 실제 임상 개발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비임상과 임상에서의 재현성,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해석, 장기 독성 검증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AI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 영역에서 혁신신약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제이웨이브에서 도출된 이번 후보물질이 비임상과 임상 단계를 차례로 통과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