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민주당도 지원했다 진술했는데"…민중기 특검, 선택적 수사 논란 확산
정권 교체 전후 정치권을 향한 종교단체 후원 의혹과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수사 방식이 맞붙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가 법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력 인사 지원 정황을 증언하면서, 특검의 선택적 수사 공방이 정치권 전면 쟁점으로 부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영호 전 본부장은 5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2022년 2월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도 조직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20대 대통령선거 직전 통일교 차원의 정치권 접촉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윤 전 본부장은 재판에서 "권성동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했다"며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고 양쪽 모두 어프로치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부터 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또한 통일교 간부 이 모 씨가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에 접근하려 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존재한다고도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이 녹취록과 관련 내용을 모두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 면담 당시 문재인 정부 시절 전·현직 국회의원 2명에게 각 수천만 원을 지원했다고 진술했으며, 정치후원금과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의 형태로 통일교 지원을 받은 민주당 정치인이 15명에 이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국회의원 리스트도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녹취록을 확보해 최근 윤 씨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통일교의 민주당 후원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 수사에 나서지 않으면서, 국민의힘에만 초점을 맞춘 편파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통일교 관련 수사에서 2022년 1월 윤 전 본부장과 한학자 총재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 같은 해 4월부터 7월까지 통일교 단체 자금 1억 4천4백만 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를 적용해 두 사람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련 진술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의 민주당 후보 후원이 국민의힘 사례처럼 교단 차원의 조직적 불법 후원인지가 불명확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관계자는 민주당 관련 지원이 구조적으로 설계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만큼 정황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 등을 통해 특정 정당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범죄 단서를 확보하고도 수사를 미뤘다면 형법상 직무유기 소지가 있고, 김건희특검법 제5조에 규정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특검법 제5조는 특별검사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독립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논란은 곧바로 여의도로 번졌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중기 특검은 통일교가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 금품을 제공하고 15명이 금품 수수에 연루됐다는 구체적 진술이 있는데도 이를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며 "이것이 노골적 선택적 수사이고, 야당 탄압 정치적 수사라는 걸 자인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 발언은 윤 전 본부장의 재판 증언을 근거로 특검의 수사 방향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기울어져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여당은 통일교의 국민의힘 후원 혐의가 이미 수사와 기소 대상이 된 만큼, 같은 발원지에서 나온 민주당 관련 단서도 동일한 잣대로 다뤄야 한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일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처럼 조직적 동원에 따른 불법 후원은 전혀 아니었기에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는 법과 증거에 따른 판단이지 정치적 고려나 편파 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통일교와의 정치적 연계 자체는 부정하면서도,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은 점을 들어 불법성 부재를 강조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법정 증언이 이후 수사기관 고발이나 특검 수사 재검토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을 중심으로 특검팀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특검법상 정치적 중립 조항을 근거로 한 책임 추궁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야권에서는 여당의 공세가 김건희 여사와 여권을 겨냥한 특검 수사를 흔들기 위한 프레임 전환 시도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구체적 진술 내용과 관련해 특별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통일교가 여야를 오가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정황이 재판과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어, 향후 추가 증언이나 내부 자료가 노출될 경우 정치권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김건희 특검 수사 범위와 정당 간 엮인 의혹이 계속 확산되면서, 국회는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사 공정성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권은 통일교 후원 의혹과 특검의 수사 방식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관련 상임위원회와 추가 입법 논의 과정에서 또 다른 충돌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