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의정부 미군기지 근대 건축물 도면 기록”…국방부, 환경 정화 앞두고 대규모 철거 추진

최유진 기자
입력

환경 정화와 도시 개발을 둘러싼 갈등 지점에서 반환 미군기지를 놓고 의정부시와 국방부가 서로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근대 군사시설이라는 역사성과 향후 경제자유구역 개발 계획이 맞물리면서 정치권과 지역사회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기 의정부시는 21일 의정부시 송산동 일대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 내부 철거 예정 건물 가운데 26개 동을 도면 기록으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환경오염 정화를 위해 기지 내 건물 대부분을 철거할 계획을 세운 가운데, 시가 역사성과 건축적 가치가 있는 시설을 중심으로 기록 보존에 나선 것이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캠프 레드 클라우드 부지 면적은 66만 제곱미터로, 이 안에 약 230개 건물이 있다. 이 가운데 주한미군 제2사단 옛 사령부, 예배당, 벙커, 교육센터 등 16개 동은 현 상태를 유지한 채 향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남겨질 예정이다. 시는 이들 건물을 향후 공공·문화·교육용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건물은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철거될 계획이다. 의정부시는 장교 숙소 등 근대 군사시설로서의 상징성이나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문화유산 설계 방식에 따라 도면화해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건물 자체는 사라지더라도 구조와 배치, 공간 구성 등 정보는 최대한 보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록화 작업은 국가유산청에 등록된 문화재 설계·수리 자격 보유 업체가 담당한다. 전문 자격을 갖춘 민간 업체가 도면 작성과 조사, 분석을 맡고, 의정부시는 해당 자료를 향후 도시계획 및 문화자원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캠프 레드 클라우드는 미군 제2보병사단 사령부가 1953년부터 주둔했던 전초기지로, 한국전쟁 이후 한미동맹의 상징적 거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돼 왔다. 주한미군은 2018년 경기도 평택으로 사령부를 이전했고, 기지는 2022년 2월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현재는 국방부가 소유·관리하고 있으며, 건물은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다.

 

국방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공여지를 처분하기 전 토양·지하수 등 환경오염 정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캠프 레드 클라우드 내 건물 대부분을 철거하고 지상 시설물, 지하 매설물, 위험물 등을 제거한 뒤 토양 오염을 정화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지상물과 지하 매설물의 보존 여부는 환경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 주체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국방부는 미군으로부터 반환받는 공여지를 민간에 매각하거나 지자체로 이관하기 전에 지상 건축물과 지하 매설물, 위험물, 토양 오염 등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다만 향후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일부 지상물이나 지하 매설물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조항을 근거로 의정부시는 최소한의 건축물 기록 보존과 일부 건물 현존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시는 캠프 레드 클라우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아 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규모 미군기지가 비워진 만큼 동북부 수도권의 성장 거점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시는 근대 군사시설의 역사성과 미군 주둔 흔적을 보여주는 상징물 일부를 남겨 도시 정체성과 연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향후 국방부와 의정부시는 환경오염 정화 범위와 속도, 보존 건축물의 구체적 활용 방안 등을 놓고 추가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차원에서 반환 미군기지 처리 원칙과 지역 개발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유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의정부시#국방부#캠프레드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