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코마쿠지로 굿즈까지 연결…카카오픽코마, 팬덤 락인 승부수
디지털 만화와 웹소설 플랫폼이 콘텐츠 감상에서 굿즈 소비까지 이어지는 IP 기반 커머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픽코마가 뽑기 방식의 오리지널 굿즈 서비스 픽코마쿠지를 통해 팬덤 소비 접점을 확대하면서,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단순 트래픽 싸움에서 지식재산권 수익화 경쟁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구독·유료결제에 치우친 기존 수익 구조를 넘어, 캐릭터 상품과 랜덤 박스형 굿즈가 플랫폼 성장의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20일 디지털 만화·소설 플랫폼 가운데 처음으로 오리지널 굿즈 전문 쿠지 서비스 픽코마쿠지를 다음 달 3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쿠지는 이용자가 랜덤 추첨 방식으로 굿즈를 획득하는 일본식 뽑기 서비스로, 온라인상에서 IP를 활용해 부가 수익을 올리는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카카오픽코마는 이번 서비스를 자사 앱과 웹사이트, 공식 유튜브 채널과 연계해 운영하며, 첫 베타 성격의 운영 범위는 일본 시장으로 한정했다.

픽코마쿠지는 픽코마에서 연재되는 인기 작품의 오리지널 굿즈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특정 작품의 쿠지를 선택해 결제하면, 해당 IP를 바탕으로 제작된 여러 종류의 굿즈 가운데 하나를 랜덤으로 받는 구조다. 작품별로 굿즈 난이도와 희소성이 다르게 설계되는 것이 특징으로, 동일 IP를 기반으로 한 굿즈라도 한정판 구성에 따라 수집 난도가 달라진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같은 IP를 반복 활용해 상품 라인업을 확장할 수 있어, 초기 캐릭터 개발 비용 대비 장기 수익 회수 효율이 높은 모델로 평가된다.
초기 라인업에는 TV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을 비롯해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격투 스킬을 연마한 최강 네크로맨서, 공백을 채우는 결혼 기한이 정해진 공작 부인은 굴하지 않는다 등 4개 작품이 포함됐다. 모두 일본 내 픽코마에서 인지도가 검증된 작품 중심으로 선정해, 초반부터 일정 수준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원작 웹소설과 웹툰, 애니메이션까지 다각도로 전개된 글로벌 IP인 만큼,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수요가 높은 편에 속한다.
카카오픽코마는 서비스 론칭에 앞서 픽코마 앱과 웹사이트, 픽코마쿠지 유튜브 공식 계정을 통해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티저에는 정식 출시일과 함께 첫 대상 작품 구성이 담겼다. 영상 플랫폼을 통해 사전 관심을 끌어올리고, 팬들이 원하는 캐릭터와 상품 구성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향후 라인업 기획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넘어, 데이터 기반 IP 커머스 기획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픽코마쿠지가 단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카카오픽코마의 장기 수익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만화·소설 플랫폼의 경우 유료 결제와 광고 중심의 매출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성장 속도가 둔화될수록 충성 팬덤의 2차 소비를 끌어내는 IP 비즈니스가 중요해지는 흐름이다. 랜덤 굿즈 플랫폼은 작품별 코어 팬들을 대상으로 높은 객단가를 기대할 수 있고,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이 나올 때까지 반복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여서 재방문률 제고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 시장은 오래전부터 오프라인 경품 뽑기와 쿠지 문화가 정착돼 있어, 디지털 전환과 결합했을 때 지갑을 여는 팬덤이 두터운 편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게임, 애니메이션, 아이돌 그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쿠지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돼 있고, 굿즈 배송과 재고 관리, 희소성 설계 등 공정이 체계화돼 있다. 카카오픽코마가 픽코마쿠지를 일본에 한정해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시장 환경을 활용해 서비스 완성도를 다듬은 뒤, 향후 글로벌 확장 여부를 검토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다만 랜덤형 굿즈 서비스는 과몰입이나 과금 유도 논란이 반복돼 온 영역이다. 게임 업계의 뽑기형 유료 아이템과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사행성 규제 및 자율 규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픽코마쿠지 역시 이용자 연령대와 상품 가격대, 당첨 확률 정보의 투명한 안내 등에서 규제 기준과 업계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뽑기형 BM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엄격한 편이라, 향후 국내 도입 시에는 별도 제도 검토가 필요할 전망이다.
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는 픽코마쿠지를 통해 작품과 독자 간 연결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디지털 만화·소설 플랫폼 픽코마 출시 이후 꾸준히 작품과 독자를 잇는 데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 픽코마쿠지를 통해 작품 향유의 깊이를 더하고 풍요로운 감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캐릭터와 세계관을 일상에서 체감하도록 만드는 팬덤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웹툰과 웹소설이 글로벌 IP 공급원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굿즈와 라이선스 사업이 플랫폼 기업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랜덤형 굿즈는 재고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히트 IP에 수요를 집중시키는 구조여서, IP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과 맞물려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이용자 보호와 사행성 논란 관리, 투명한 정보 공개 등 거버넌스가 뒷받침돼야 장기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픽코마쿠지가 일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며,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의 새 수익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