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선포 후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다’”…송미령, 법정서 윤석열 전 대통령 발언 증언
정치적 충돌의 중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시 발언을 증언하며 정국이 또 한번 격랑에 휩싸였다.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 혐의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태도와 당시 국무위원들의 동향이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미령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에 앉아 마실 것을 요청한 뒤, 이런 유의 말씀도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가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각종 행사를 대행하는 상황, 계엄에 반대하는 입장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일부 국무위원들이 표명했던 분위기 등을 차분하게 진술했다. 그는 “최 전 부총리가 ‘50년 공직생활 이렇게 끝낼 거냐’고 항의했으며, 한 전 총리도 ‘나도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앞에서 한 전 총리가 반대 표현을 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답해 당시 분위기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법정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강조했다는 ‘경고성 계엄’ 혹은 ‘일시적 계엄’에 관한 직접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의 “비상계엄을 일시적으로 한다는 취지의 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송 장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당시 대통령실이 계엄을 어떻게 구상했는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회의 절차와 국무위원 서명 문제도 주요 쟁점이었다. 송 장관은 “계엄 선포 후 한 전 총리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위원들에게 사후 서명을 권유했으나, 이는 회의 참석 증명 차원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가 “일은 하겠다, 서명은 못 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각료들은 서명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 전후 상황 역시 상세히 공개됐다. 송 장관은 행사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대통령실에서 ‘즉시 오라’는 연락을 받고 회의에 참석해야 했던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 무슨 사태인지 몰랐고, 국무회의가 아닌 통보에 가까웠다”며 울먹이며 “동원됐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가 자리에 앉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송미령 장관의 이번 증언을 계기로 계엄 선포 당시 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국무회의의 실질적 역할에 대한 재점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는 송 장관의 증언을 토대로 각각 책임 소재와 위법성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등 관련자들의 행위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회 역시 향후 계엄권 행사에 대한 제도적 보완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