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로 중동 공략 본격화…딥노이드, IRC와 협력 확대
의료 인공지능이 영상진단 중심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의료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딥노이드는 아랍에미리트에 기반을 둔 국제영상의학센터 IRC와 손잡고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을 현지 의료기관 워크플로에 투입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중동을 교두보로 한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의료 AI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주목하고 있다.
딥노이드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 RSNA 2025 현장에서 UAE 기반 글로벌 영상의학 전문기관 국제영상의학센터 IRC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딥노이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자사 의료 AI 솔루션의 파일럿 도입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며 해외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IRC는 의료영상 촬영과 판독, 검진 보고서 작성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영상의학 서비스 기관이다. 자체적으로 스마트 판독 서비스를 표방하며 AI 기반 검진 워크플로 최적화에 힘을 싣고 있고,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현지 검진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사는 우선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 AI 솔루션 도입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영상 교육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 역량 강화 과정도 함께 운영해 현지 의료진이 AI 기반 판독 환경에 적응하도록 지원한다. 더불어 의료 AI 관련 공동 연구와 기술 교류를 병행하며 추후 텔레레이디올로지나 원격 컨설팅 등 추가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기술 측면에서 딥노이드는 생성형 AI를 포함한 자사 의료영상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전면에 내세운다. 회사는 흉부 엑스레이를 넘어 CT와 MRI 등 다양한 영상 모달리티에 공통 적용 가능한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해 내부 검증을 마쳤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의료영상 데이터를 사전 학습해 여러 질환에서 특성을 추출하고, 이후 특정 용도에 맞게 미세 조정하는 기반 인공지능으로, 환자별 영상 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M4CXR은 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흉부 엑스레이에 우선 적용해 개발한 첫 상용화 추진 제품이다. 기존 단일 질환 탐지형 AI와 달리 다수의 흉부 이상 소견을 동시에 분석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판독 요약과 보고서 초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의료진의 판독 부담을 줄이고 판독 일관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노이드는 M4CXR와 함께 딥뉴로 등 신경계 영상 분석 솔루션도 병행 도입하며 중동 의료기관의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알고리즘 성능과 워크플로 연계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사업 구조에서 딥노이드는 AI 솔루션 공급과 기술 지원, 제품 정보 및 운영 매뉴얼 제공을 맡는다. PACS와 EMR 등 기존 병원 시스템과의 연동을 포함해 현장의 IT 인프라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기술 지원에 주력해 의료진이 추가 교육 없이도 활용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IRC는 현지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 인증 획득과 병원 네트워크 확장을 주도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각국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보호 규제가 상이해, 지역 기반 기관의 역할이 실제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중동 시장은 의료영상 기반 AI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대형 병원과 전문 검진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고,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흉부 질환과 뇌혈관 질환 영상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숙련된 영상의학 전문의가 부족한 국가가 많아 AI를 활용한 판독 지원과 원격 판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고 있다. UAE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의료 허브 전략도 의료 AI 실증의 기반을 넓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리적으로도 UAE는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위치해 의료 장비와 디지털 헬스 솔루션의 물류와 사업 확장이 용이한 전략 거점으로 평가된다. 딥노이드는 IRC와의 협력을 통해 UAE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솔루션의 임상 효용성을 입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근 걸프 협력회의 국가와 북아프리카, 더 나아가 유럽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에서는 이미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영상판독 지원 AI의 상용화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은 아직 의료 데이터 인프라 격차와 규제 체계 미비로 인해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딥노이드와 IRC의 협력 모델은 현지 의료기관의 규제 적합성 확보를 돕고, 파운데이션 모델과 생성형 AI를 융합한 최신 기술을 직접 도입하는 방식으로 격차를 줄이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딥노이드는 중장기적으로 의료분야 특화 에이전트 AI까지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에이전트 AI는 의료 문헌과 임상 가이드라인, 영상과 구조화 데이터를 종합해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개념으로, 향후에는 검사 추천과 판독 리포트 자동 작성 등 업무 전반에서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각국 규제기관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심사 기준과 책임 소재 논의가 강화되는 만큼 실제 상용화 시점은 규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여지도 크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중동을 대표하는 영상진단 전문기관인 IRC의 임상 인프라와 자사의 생성형 AI 기반 의료영상 솔루션 결합이 글로벌 의료 AI 확산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파트너십을 발판으로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대하고 해외 파트너십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이번 협력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