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BM 테마에 상한가 직행…레이저쎌, 엔비디아 호실적에도 유상증자 부담 겹쳤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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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쎌이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며 HBM 관련 테마주의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글로벌 AI 반도체 투자 기대가 살아난 가운데, 레이저쎌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상환, 보호예수 해제 이슈까지 겹치며 수급과 재무 변수가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향후 글로벌 AI 메모리 투자 사이클과 회사 재무 구조 개선 속도에 따라 주가 흐름이 크게 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0일 장중 기준 레이저쎌 주가는 2,550원으로 전일 대비 29.9 상승했다.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으며 단숨에 2,500원선을 돌파했다. 최근 한 달간 조정 구간을 벗어나면서 단기 매수세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10월 21일과 비교하면 약 18 상승해 단기 반등 국면으로 전환됐지만, 3개월 기준으로는 여전히 약 7 하락해 중기 구간에서는 조정 범위 안에 머물러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고가는 약 3,460원, 저가는 1,873원으로, 현재가는 6개월 고점 대비 약 20가량 낮은 수준이다.

레이저쎌[4123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레이저쎌[4123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이번 급등은 엔비디아 실적 호조를 계기로 HBM 투자 기대가 재부각된 영향이 직접적인 계기로 꼽힌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가속기 업체들이 HBM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면서, HBM 패키징 및 후공정 장비 관련주로 분류된 레이저쎌도 수급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반도체 사이클과 연동된 성장 스토리가 레이저쎌 주가의 위쪽 방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동시에 적자 지속과 자본 확충 부담이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해 강한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단기 과열 신호가 뚜렷하다. 레이저쎌의 최근 6개월 일별 등락률 표준편차는 약 4 수준이었으나, 최근 한 달간은 7 수준으로 높아져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날 급등으로 5일 이동평균선(약 2,140원), 20일선(약 2,060원), 60일선(약 2,360원)을 모두 상향 돌파하며 강한 단기 돌파 패턴을 만들었다. 최근 한 달 저점이자 52주 최저 수준인 1,800원대 초반 구간이 기술적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고, 3,000원대 초반과 3,400원대 근처가 과거 고점으로 중기 저항대 역할을 하는 분위기다. 상단과 하단 가격대 사이 폭이 넓어 당분간 박스권 내 큰 진폭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래량 급증 역시 테마성 매매의 특징을 보여준다. 최근 한 달 레이저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19만주 수준이었으나, 이날 장중 거래량은 280만주를 상회해 평소의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6개월 평균 거래량(약 12만주)과 비교해도 단기 과열에 가까운 수준이다. 상한가 구간에서 거래량이 동반 폭증한 점을 감안하면, HBM·AI 테마를 추종하는 개인 투자자의 추격 매수와 단기 수급이 겹치며 가격이 빠르게 밀집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수급 구조를 보면 단기 차익 실현 패턴이 뚜렷하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6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합산 약 4천주 안팎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기 고점 인식이 강해질 때마다 외국인 매물이 나오는 흐름이다. 기관과 개인의 일별 순매매 데이터는 제한적이지만, 실제 시장 체감상으로는 개인 수급이 상한가 국면에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외국인과 일부 기관이 강세 구간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구도가 반복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매도 전환 시 주가가 약세로, 외국인·기관 매수 유입 시 단기 반등세가 강화되는 수급과 주가의 연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동일 업종 내에서는 전형적인 중소형 소부장 종목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날 기준 레이저쎌의 등락률 29.9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등 주요 반도체 장비·부품주의 1에서 5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단기 탄력만 놓고 보면 업종 내 최상위권이다. 반면 시가총액은 약 222억원으로 코스닥 1,650위 수준에 그친다. 외국인 지분율도 약 1.7에 불과해 외국인 비중이 50 안팎에 달하는 대형 반도체주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장에서는 레이저쎌을 업종 전체 흐름보다 HBM·AI 테마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변동성 높은 소형주로 분류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무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성장 스토리와 실적 사이 괴리가 크다. 레이저쎌의 연간 매출액은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6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4년에는 40억원대로 감소하며 외형 성장 정체를 드러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0억원에서 -92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5년에도 뚜렷한 흑자 전환보다는 손실 지속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업이익률은 최근 연간 기준 -200를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져 매출 1원당 영업손실이 2원 이상 발생하는 비효율 구간이다. 순이익률 역시 -200 안팎, ROE는 -20 중반에서 -40까지 악화됐다.

 

실적 적자가 이어지면서 PER은 의미 있는 수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PBR은 1배 안팎으로 동종 반도체 장비 업체들(2배 전후)에 비해 낮다. 이는 시장이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실적과 재무 부담을 반영해 할인을 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채비율은 60에서 80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당좌비율이 100 이상에서 40대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단기 유동성 관리 능력에 대한 경계도 공존한다. 배당은 실시하지 않아 주주 환원 측면의 매력은 제한적이다.

 

최근 한 달 주가 변동의 배경에는 네 가지 요인이 맞물려 있다. 첫째, 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와 AI 거품 우려 완화로 글로벌 HBM 투자 확대 기대가 되살아나면서, HBM 패키징·후공정 장비 관련주로 묶인 레이저쎌이 상한가를 포함한 급등 구간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둘째, 대만과 국내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레이저 본딩 장비 공급 계약 체결, 차세대 패키징 공정 대응 장비 개발 완료 등 수주 및 제품 관련 뉴스가 나오며 기술력과 레퍼런스 확대 인식이 강화됐다. 셋째, 유상증자 결정과 전환사채 상환 이슈, 보호예수 해제 일정이 부각되며 지분 희석 가능성과 잠재 매물 부담이 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넷째, 과거 투자주의 종목 지정과 급등 후 급락 이력이 있어 단기 수급 쏠림이 반복될 때마다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가 재현되고 있다.

 

기업 본연의 사업 측면에서는 면광원 에어리어 레이저 기반 본딩·리웍 장비가 핵심이다. 레이저쎌은 rLSR, LSR, pLSR 등 레이저 리플로우·리웍 장비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후공정 패키징 공정에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HBM 스택 패키징과 차세대 FOPLP 공정에 대응하는 LSR_300PLP 장비 개발을 마치고 글로벌 OSAT와 파운드리 고객사와 양산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프로브카드용 본더 첫 출하 계획, 대만 반도체 장비 유통사와의 LSR_300 BGA 장비 공급 계약, 디스플레이용 rLSR·레이저 리페어 장비 공급 소식도 전해지며 “반도체 중심에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까지 고객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산업 전반의 흐름도 레이저쎌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HBM은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업체의 핵심 메모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3E 등 차세대 제품 양산을 위해 패키징 공정에 레이저 기반 공정을 확대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제기돼 왔다. 레이저쎌의 LC 본더 기술은 기존 TC 본더 대비 공정 효율과 열·기계적 스트레스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인텔과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로직 업체로의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며 시장 기대를 자극하는 배경이 됐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예스티, 제너셈 등 국내 패키징·후공정 장비주가 동반 강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의 HBM 투자 사이클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재무와 유통 이슈는 구조적인 변동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레이저쎌은 약 9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해 전환사채 상환 등 재무 구조 개선에 상당 부분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술특례 상장 이후 실적이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줄자, 시장에서는 채권 상환을 위해 주주에게 부담이 전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지분 희석 우려가 제기돼 왔다. 보호예수 해제 일정과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신주 추가 상장 계획도 잠재 오버행 리스크를 키우는 요소다. 과거 투자주의 종목 지정 이력이 남아 있어 단기 급락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영진과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방어적 신호가 관측된다. 안건준 대표는 11월 초 장내에서 자사주 4,800주 이상을 매수해 지분율을 18.23로 소폭 늘렸다. 유상증자와 실적 부진이 겹친 시점에 경영진이 직접 지분을 확대한 것은 회사의 중장기 가치를 방어하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최근 재무 전문 임원(CFO)을 영입해 자금 운용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다만 이러한 신호가 단기 재무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수주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 속도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테마 관점에서 레이저쎌은 HBM 및 AI 반도체 패키징 관련주로 명확히 분류된다. 면광원 레이저 기반 본딩·리웍 장비를 앞세워 HBM 스택 패키징, FOPLP,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2차전지 후공정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아우르는 레이저 소부장 테마의 핵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최근 한 달 주가 흐름은 엔비디아 실적과 삼성 HBM3E 이슈 등 외부 모멘텀에 따라 레이저쎌을 포함한 관련주 군이 크게 출렁이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테마 강세 국면에서는 상한가와 변동성 완화장치 발동 등 과열 신호가, 유상증자와 오버행 뉴스가 부각될 때는 시간외 급락과 투자주의 지정 가능성 우려가 교차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장단점이 극명하다. 강점으로는 HBM과 FOPLP, 프로브카드, 디스플레이 리페어 등 차세대 패키징과 디스플레이 공정을 아우르는 레이저 기술 기반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대형 메모리 업체들이 자체 생산능력에 집중하는 가운데, 중소형 레이저 장비사가 공정 특화 영역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반면 매출 규모가 수십억원에 그치는 상황에서 수십억원대 영업손실이 반복돼 영업이익률과 ROE가 동종 업계 대비 크게 낮다는 점은 구조적인 약점이다. 시가총액과 외국인 비중이 대형 반도체주에 비해 크게 뒤처진 만큼 향후 주가 방향은 업황과 테마보다는 개별 수주 성과와 재무 개선 속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가격대별 시나리오를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한 달 저점인 1,800원대 초반과 2,000원선이 1차 지지 구간으로 거론된다. 이 구간을 지키는 범위에서는 HBM·AI 관련 뉴스에 연동된 기술적 반등 시도가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상단에서는 3,000원선과 3,400원대 전고점 부근이 강한 매물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2,000원선 이탈 시 이전 저점 테스트와 조정 심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3,000원선 안착과 함께 HBM 양산 수주 가시성이 높아질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도 열릴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중기 6개월 관점에서는 유상증자 완료 이후 재무 안정화 수준, 글로벌 고객사와의 양산 계약 현실화 여부, HBM 투자 사이클의 강도에 따라 주가 방향성이 갈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테마 변동성,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상환에 따른 지분 희석, 보호예수 해제와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유통 물량 증가, 투자주의 지정 이력에 따른 규제와 공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 소형주의 특성상 개별 호재나 루머에 따른 단기 급등 이후 급락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HBM·AI 테마 노출만을 이유로 한 추격 매수보다는 수주와 실적, 재무 지표의 개선 흐름을 확인하면서 가격과 수급 조건에 따라 분할 대응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반도체 업체의 실적과 HBM 투자 계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양산 일정이 레이저쎌을 비롯한 관련 장비주의 변동성을 좌우할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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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쎌#엔비디아#h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