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도 폭파 협박 메일”…빅테크 향한 보안위협 노출
국내 인터넷 플랫폼 양대 축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잇따라 폭발물 설치 협박이 접수되면서 IT 기업을 겨냥한 물리적 위협 관리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에 집중돼온 보안 투자가 실제 오프라인 사업장 안전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사건을 대형 IT 기업에 대한 악성 협박과 모방 범죄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보고, 원격 근무 체계와 비상 대응 프로토콜을 재점검하는 분위기다.
18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를 대상으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취지의 협박 신고가 접수됐다. 네이버는 즉시 관계 당국에 상황을 공유했고, 경찰이 출동해 건물 내외부를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됐지만 물리적 위협은 확인되지 않았고, 경찰특공대도 별도로 투입되지 않았다.

경찰은 온라인에 게시된 협박 글을 토대로 신고 경위와 세부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게시자가 전날 카카오 판교 아지트를 폭파하겠다고 예고한 인물과 동일인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동일 패턴의 협박이 양대 빅테크 기업을 동시에 겨냥한 만큼 계획성과 모방 범죄 여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협박 수위와 표현 방식이 반복되는 점에 주목해 디지털 흔적을 추적 중이다.
네이버는 임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경 전 직원에게 전사 차원의 원격 근무를 권고했다. 출근 여부와 근무 형태를 막론하고 재택 및 비대면 근무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건물 밀집도를 낮추고, 만일의 상황에서의 인명 피해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평상시 클라우드 기반 협업 도구를 운용해 온 만큼 업무 연속성은 유지하고, 현장에는 필수 인력과 보안 담당자를 최소한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카카오도 폭발물 설치 협박으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오전 8시51분 카카오 측은 카카오 제주 본사와 경기 성남시 판교 아지트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온라인 게시 글을 인지하고, 제주경찰청과 제주소방안전본부 등에 신고했다. 군의 폭발물처리반과 소방 인력이 출동해 정밀 수색을 벌였으나 현장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카카오는 전 직원을 대피시킨 뒤 전사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해 물리적 출입을 최소화했다.
전날에도 카카오 판교 아지트 건물을 대상으로 유사한 폭발물 설치 협박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해당 신고는 이틀 전 온라인에 게시된 협박 글과 표현과 구조가 거의 동일한 형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장소 지칭과 함께 폭발물 설치를 주장하는 내용, 고위 관계자를 겨냥한 살해 예고 등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협박글을 올린 것으로 지목된 인물 A씨는 지난 15일 자신을 고등학교 자퇴생이라고 소개하며 카카오 고객센터 게시판에 두 차례 글을 게재했다. 글에는 판교 아지트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주장과 함께 회사 고위 관계자를 사제 총기로 살해하겠다는 위협이 담겼다. A씨는 특정 계좌로 100억원을 송금하라고 요구하며 금전적 갈취 시도까지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도 경찰은 폭발물 설치 여부를 확인했으나 특이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연쇄 협박은 국내 대형 IT 기업이 디지털 서비스뿐 아니라 실제 오프라인 거점을 다수 보유한 만큼, 사이버 공격과 물리적 위협이 결합된 새로운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개발 캠퍼스, 고객 센터 등 전국 각지에 인프라를 운영하는 대표적 플랫폼 기업으로, 방문객과 협력사 인력 출입이 잦은 구조다. 악성 게시글이나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위협이 실제 사업장 혼란과 업무 중단으로 직결될 수 있는 환경이다.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도 대형 기술 기업을 겨냥한 폭파 협박, 총격 예고, 데이터센터 공격 예고 등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면서 기업들은 물리 보안, 출입 통제, 위기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사 원격근무 전환 능력, 출입 기록 연동, 실시간 영상·센서 모니터링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상 대응 역량이 핵심 보안 자산으로 간주되는 추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IT 업계에서는 악성 협박 글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모니터링 도입, 협박 패턴 분석, 수사기관과의 정보 공유 체계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협박이 허위로 판명되더라도 기업이 취해야 할 물리적 조치와 업무 중단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어, 법적 대응 수위와 모방 게시물에 대한 플랫폼 관리 기준 정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협박글 내용과 게시 경로를 면밀히 분석하며 피의자 특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IT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한 연쇄 폭파 협박 이후 추가적인 대형 플랫폼을 겨냥한 위협이 이어질 가능성에도 경계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물리 보안과 디지털 보안, 위기 대응 체계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