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IoT로 35㎞ 통신 시대”…ETRI, 실해역 첫 검증 성공
해양 사물인터넷(MIoT) 기술이 해양 데이터 수집과 안전관리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서해와 남해에서 실제 MIoT 통신망 구축에 성공해, 최대 35㎞ 원거리에서 30기 단말을 동시 접속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가 제안한 사물인터넷 국제표준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해역에서 검증한 성과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검증을 “미래 해양 빅데이터 산업 및 스마트 안전관리 경쟁에서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ETRI가 개발한 MIoT 통신망은 2023년 해양수산부가 확보한 450㎒ 대역 공공 전용 주파수를 기반으로, 기지국-단말-코어망-응용 서비스가 연계된 독립형 네트워크 구조로 구현됐다. 실제 시험은 여수 오동도 등대와 군산 말도 등대에 기지국을 설치해, 시험용 등부표와 항로표지 등 6개 지점에 30기의 단말을 배치해 진행했다. 오동도-낭도항 27㎞, 말도-장항항 35㎞ 등 국내 해상 네트워크 통신 한계를 뛰어넘는 거리에서 안정적인 데이터 송수신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MIoT망 단말에 GPS 위치, 등명기 점등, 충격 감지, 배터리 잔량 등 센서 기반 데이터를 3분마다 전송해 실제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실용성을 검증했다. 30기 단말의 동시 네트워크 접속에 이어, 상용 시험장비에서 1000기 동시접속도 가상 실증했다. 해양기상, 생태 및 공공환경 데이터가 실시간 연동돼 스마트 항로표지, 어구·양식시설 관리, 선박 위치 추적, 구명조끼 및 해양 부유물 관리 등 다양한 안전 서비스에 즉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이번 MIoT 시스템은 기존 육상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과 달리, 해상환경에 특화된 독립망 구조와 저전력 송수신, 긴급 메시지 우선 처리 등 차별화된 통신 기술을 도입했다. 이는 태풍·해난 등 극한 환경에서의 해양 데이터 확보, 장기간 무인 관측 등 실질적 요구에 부합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 일본 등도 해상 IoT 구축 경쟁을 예고하고 있으나, 3GPP 표준 기반의 실제 해역 검증에서 ETRI가 ‘세계 최초’라는 상징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실증 결과를 통해 동·서·남해 3개 권역 시범망(2026년), 전국 확산(2030년 목표) 로드맵까지 가시화됐다.
정부의 공공주파수 공급, 데이터 보안과 활용을 위한 정책·규제 대응도 본격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문식 ETRI 본부장은 “공공주파수·독립망 기반의 해양 IoT 실증이 국제적으로도 획기적”이라며 “스마트 항로표지, 기후위기 대응 등 해양 안전관리 역량 향상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조성철 ETRI 책임연구원도 “해양 빅데이터와 국가 해양안전 인프라가 신산업 창출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MIoT 통신 기술의 표준화 및 글로벌 수출, 국제협력센터 클러스터 등 후속 확장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술의 빠른 확산 뿐 아니라, 공공데이터 개방과 보안, 사업화 협력 모델 등 밸류체인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기술과 산업, 공공안전과 데이터 경쟁이 교차하는 해양 IoT 혁신의 현장에서 산업계는 실제 현장 도입과 서비스 확산의 성패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