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CAR T 장기효과 노린다…네오이뮨텍, 병용 임상으로 재발 벽 겨냥

조현우 기자
입력

T세포 증폭제가 CAR T 세포 치료의 최대 난제로 꼽혀 온 재발 문제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 네오이뮨텍이 미국 식품의약국 FDA로부터 자사 면역치료제 NT I7과 얀센의 CAR T 치료제 카빅티 병용 임상시험계획 IND 승인을 받으면서, CAR T 기반 혈액암 치료의 장기 관해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병용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다. 업계에서는 CAR T 이후 면역 재구성과 반응 지속성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글로벌 혈액암 치료 패러다임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네오이뮨텍은 재발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MM 환자를 대상으로 카빅티와 NT I7을 병용하는 임상이 FDA 승인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카빅티는 B세포 표면 단백질인 BCMA를 표적하는 CAR T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로, 기존 치료에 실패한 다발성골수종 환자에서 높은 완전관해율을 보여온 대표 상용 CAR T다. 이번 임상은 카빅티 투여 후 NT I7을 추가해 장기 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NT I7은 인터루킨 7을 기반으로 한 T세포 증폭제로, 체내에서 T세포 수를 늘리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도록 설계된 장기지속형 면역조절 단백질 치료제다. CAR T 치료는 자체적으로 암세포를 표적하는 T세포를 체외에서 증식시켜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CAR T 세포 수가 줄고 전반적인 T세포 면역계가 소진되는 문제가 발생해 재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 병용 전략은 이러한 한계를 NT I7을 통해 보완해, CAR T 세포의 확장성과 체내 지속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임상은 재발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CAR T 단독 요법과 NT I7 병용 요법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이중맹검, 위약 대조, 무작위배정 구조를 채택했다. NT I7 투여군은 카빅티 주입 후 14일차와 35일차 두 차례에 걸쳐 근육주사를 통해 약물을 투여받고, 대조군은 같은 일정으로 위약을 맞는다. 안전성과 내약성을 1차적으로 평가하면서 완전반응 CR, 무진행생존기간 PFS, 전체생존 OS 등 효능 지표를 단계적으로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CAR T 치료 후 면역계 회복 과정에서 T세포 풀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CAR T 단독 치료에서는 시간 경과에 따라 혈중 CAR T 세포 농도가 낮아지고, 전체 T세포 수가 감소해 감염 위험 증가와 암 재발이 동시에 문제로 부각돼 왔다. NT I7은 비특이적으로 전반적인 T세포 수를 증폭시키면서도, 이미 체내에 자리 잡은 CAR T 세포에도 동일하게 작용해 수적·기능적 유지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반응 유지와 면역 회복을 동시에 노리는 병용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번 임상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종양내과 미카엘 슬레이드 조교수가 책임연구자로, 같은 기관의 존 디퍼시오 교수가 협력 연구자로 참여한다. 슬레이드 조교수는 카빅티 등 CAR T 치료가 다발성골수종 환자에서 강력한 초기 관해를 유도하지만, 다수 환자가 결국 재발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NT I7 추가 투여를 통해 CAR T 세포의 확장성과 지속성을 강화해 장기 치료 반응 확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다발성골수종처럼 만성 경과를 보이는 암에서 치료 후 면역감시 기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CAR T 시장 측면에서도 NT I7 병용 전략은 의미 있는 포지셔닝을 시도하고 있다. 김태우 네오이뮨텍 경영지원본부장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거대 B세포 림프종 LBCL과 다발성골수종 MM이라는 CAR T 주요 적응증 두 분야에서 모두 임상을 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세계 매출 상위 CAR T 제품인 예스카타, 카빅티, 브레얀지 세 제품 모두와 NT I7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단일 제제 중심의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형 면역 증폭제로서의 입지를 노린다는 전략이 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CAR T의 초기 반응률 경쟁에서 장기 추적 지표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재발 시 재투여, 차세대 이중항원 CAR T, 항체약물접합체 ADC와의 순차요법 등 다양한 전략이 검토되는 가운데, T세포 기능 회복과 체내 지속기간을 늘리는 면역 증폭제 병용이 새로운 조합 옵션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네오이뮨텍의 NT I7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용 CAR T 제품군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범용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병용 요법 확산을 위해서는 안전성과 규제 측면의 장벽도 넘어야 한다. CAR T 자체가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 CRS, 신경독성 등 중증 이상반응을 동반할 수 있어, 추가적인 면역 증폭제 투여 시 면역 과활성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FDA를 비롯한 각국 규제당국은 CAR T 병용 요법에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독성이나 지연성 부작용에 대한 엄격한 감시를 예고해 왔으며, 이에 따라 초기 임상 단계에서 면밀한 안전성 평가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CAR T 병용 전략이 성공할 경우, 기존 치료 실패 후에 사용하는 단발성 고가 치료에서 장기 관리형 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는 네오이뮨텍의 이번 임상이 CAR T와 면역 증폭제 결합 모델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어느 수준까지 입증할지, 그리고 실제 시장에서 치료 프로토콜로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네오이뮨텍#카빅티#nt-i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