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인 거래액 하루새 13.5% 급증”…한국 가상자산 시장, 글로벌 리스크 온에 동반 과열 조짐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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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25일 오전, 한국(Korea)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24시간 동안 집계된 코인 거래대금이 5조원에 근접하며 전일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글로벌 증시에서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강세가 이어지고 미국(USA)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코인 시장으로 단기 트레이딩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모습이다. 위험자산 전반에 퍼진 이른바 리스크 온 분위기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을 통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시장조사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월 25일 오전 7시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4조 9,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일보다 5,867억원 늘어나 13.5% 증가했다. 거래소별 비중은 업비트 3조 2,844억원(66.6%)·빗썸 1조 4,409억원(29.2%)·코인원 1,742억원(3.5%)·코빗 315억원 순으로, 거래 편중 현상은 여전히 업비트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거래대금이 눈에 띄게 늘어난 만큼 글로벌 증시의 위험 선호 회복과 함께 한국 내 가상자산 시장으로 단기 자금이 유입됐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업비트 시장에서는 리플 XRP·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도지코인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회전율을 끌어올렸다. 24시간 기준 거래액 상위 10개 코인은 1위 리플 XRP(6,622억원, 3,377원, 8.41% 상승)·2위 비트코인(4,580억원, 133,739,000원, 1.35% 상승)·3위 테더(2,871억원, 1,502원, 1.12% 하락)·4위 이더리움(2,742억원, 4,453,000원, 4.48% 상승)·5위 모나드(2,122억원, 52원, 72.00% 상승)·6위 인튜이션(1,786억원, 304원, 0.98% 하락)·7위 솔라나(1,418억원, 208,700원, 5.14% 상승)·8위 도지코인(744억원, 229원, 3.62% 상승)·9위 플라즈마(530억원, 289원, 3.02% 하락)·10위 웨이브(493억원, 1,054원, 8.32% 상승)였다. 특히 모나드가 하루 새 70% 넘게 급등하며 고위험 알트코인에 단기 매매 수요가 집중됐고, 리플 XRP·이더리움·솔라나·도지코인의 동반 상승이 상위 종목 전반의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 테더와 일부 중소형 코인은 조정을 받으면서,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알트코인에서 메이저 코인으로 재배분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빗썸의 상위 거래 종목 구성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빗썸 자료에 따르면 24시간 기준 거래액 상위 10개 종목은 1위 테더(거래수량 305,295개, 1,502원)·2위 리플 XRP(231,788개, 3,378원)·3위 비트코인(141,139개, 133,576,000원)·4위 이더리움(87,992개, 4,449,000원)·5위 파이버스(56,506개, 833원)·6위 솔라나(52,262개, 208,700원)·7위 인튜이션(50,570개, 301원)·8위 모나드(40,374개, 51.25원)·9위 도지코인(34,689개, 229원)·10위 파티클 네트워크(31,797개, 215원) 등으로 나타났다. 업비트와 빗썸 모두에서 리플 XRP·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도지코인이 공통 상위 종목에 오른 점은, 국내 투자자 수급이 메이저 코인과 일부 강세 알트코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재차 보여준다.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테더, 리플 XRP, 비앤비, 솔라나가 여전히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순위는 비트코인(2,618조 7,570억원)·이더리움(527조 7,245억원)·테더(272조 1,190억원)·리플 XRP(200조 3,019억원)·비앤비(176조 5,687억원)·솔라나(114조 7,599억원)·유에스디코인(110조 3,309억원)·트론(38조 5,622억원)·도지코인(34조 1,796억원)·에이다(22조 7,569억원) 순이다. 비트코인 거래의 법정통화별 비중도 눈에 띈다. 통계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기준 비트코인 거래량의 82.97%가 미국 달러(7조 1,174억원)로 결제됐다. 한국 원(6,196억원, 7.22%)과 일본 엔(5,577억원, 6.50%), 유로(1,226억원, 1.43%)가 뒤를 이었다. 원화 비중이 한 자릿수임에도 글로벌 2위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 시장이 비트코인 현·선물 가격 형성에 일정 수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시세 기준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저점 대비 반등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24일 기준 1억 3,360만원으로 전일 대비 164만원(1.24% 상승) 올랐다. 최근 50일 고점은 10월 8일 1억 7,801만원, 저점은 11월 22일 1억 2,733만원으로, 저점 대비 약 4.9% 반등한 셈이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4,448,000원으로 전일 대비 186,000원(4.36% 상승)이며, 50일 기준 최고가는 10월 6일 6,672,000원, 최저가는 11월 21일 4,163,000원이다. 달러 기준으로도 비트코인은 8만8,000달러대, 이더리움은 2,900달러대 중후반에서 단기 조정 이후 재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메이저 코인 중심의 저가 매수와 기술적 반등 국면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도지코인과 리플 XRP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도지코인 시세는 11월 24일 기준 229.0원으로 전일 대비 8.0원(3.62% 상승) 올랐고, 최근 50일 저점인 11월 22일 210.0원과 비교하면 9.0% 반등했다. 리플 XRP는 3,376.0원으로 전일 대비 261.0원(8.38% 상승)이며, 50일 저점인 2,930.0원(11월 22일)과 견주면 약 15.2% 오른 수준이다. 지난 한 달간 달러 기준 리플 XRP는 2달러 초반에서 2.80달러 부근까지 넓은 박스권을 오갔고, 2.5~2.8달러 구간에 대규모 매물대가 형성되면서 매수·매도세가 맞붙는 양상이 이어졌다. 온체인 데이터에서는 장기 보유자 일부가 이익을 실현하는 동시에, 1억~10억 XRP를 보유한 이른바 메가 고래 지갑이 수십억달러 규모를 추가 매집한 것으로 포착됐다. 이에 따라 단기 변동성은 확대되지만, 중장기 수급 구조는 오히려 안정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 인기 종목과 달리 개별 재료가 부족한 코인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파이코인은 전일 대비 1.14% 하락한 353.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도지코인이 나란히 상승하는 가운데, 파이코인처럼 뚜렷한 호재가 없는 종목은 신규 수급이 제한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번 국내 거래대금 증가는 글로벌 증시, 특히 기술주와 AI 관련주의 급등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4%, S&P500 지수는 1.55%, 나스닥지수는 2.69% 상승하며 기술주가 강세장을 주도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 제미나이 3.0이 기존 AI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이틀간 10%에 육박하는 랠리를 펼쳤고 시가총액 3조 8,300억달러를 돌파했다. 자체 칩인 TPU(텐서처리장치)를 앞세운 전략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브로드컴·TSMC·ASML·AMD·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주도 2~11%대 급등을 기록했다.

 

통화정책 기대 변화도 위험자산을 밀어 올리는 또 다른 축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미국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71%에서 85.1%로 상승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2.4% 내린 20.52를 기록했다. AI 기술주 랠리와 금리 인하 기대, 변동성 둔화가 겹치며 글로벌 자금이 성장주와 고위험 자산으로 이동했고, 높은 베타 특성을 가진 가상자산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흐름이 한국 시장에도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코인 시장 내부 요인도 거래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 인근에서 여러 차례 저항을 시험하며 큰 폭의 변동성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현물 비트코인 ETF의 자금 유입·유출과 기관 매매가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과 호주(Australia) 시장에서 비트코인 ETF가 잇달아 출시되고, 블랙록·JP모건·하버드 대학 기금 등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규제된 통로를 통해 유입되는 기관 자금이 심리적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부 구간에서는 비트코인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솔라나 등 대체 레이어1, AI 테마 알트코인으로 로테이션이 나타났고, 비트코인 상승 탄력이 다소 제한된 대신 알트코인의 단기 랠리가 반복되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더리움은 ETF 수급과 기술 업그레이드 기대가 충돌하는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팟 이더리움 ETF에서 며칠씩 순유출이 이어진 시기에는 단기 약세 압력이 커졌고, 일부 기관 투자자는 장기 펀더멘털은 견조하지만 단기적으로 ETF 자금 흐름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12월 예정된 이더리움의 후사카 업그레이드를 통해 데이터 가용성 확장 기술 PeerDAS가 도입되고, 롤업 기반 레이어2 수수료 인하가 예고되면서 디파이·NFT·온체인 게임 등 생태계 확장 기대는 중장기적으로 유지되는 분위기다.

 

리플 XRP는 ETF 기대와 고래 수급, 계절성이 결합된 독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해외 거래소의 XRP ETF 논의와 XRP 기반 금융상품 출시 기대가 부각되면서, 11월 이후 리플 XRP 가격 목표를 3달러 중반에서 연말 5달러선까지 제시하는 리포트도 등장했다. 과거 통계상 11월 리플 XRP 평균 수익률이 8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된 점은 투자 심리를 추가로 자극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상당 부분 정리되며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도, 리플 XRP를 비트코인·이더리움과 함께 제도권 편입이 진전된 상위 코인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2.5~2.8달러 구간에 형성된 두터운 매물대 탓에 상단 돌파 과정에서는 차익 실현이 반복되고 있어, 단기 변동성이 큰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인 시장 전반을 흔드는 공통 변수로는 완화 쪽으로 방향을 튼 주요국 통화정책, ETF 인프라 확대, 각국 규제 정비, 알트코인 섹터 로테이션과 온체인 수급 변화가 거론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인플레이션 둔화를 배경으로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China)을 비롯한 주요국도 공격적인 긴축 대신 동결·완화 기조로 선회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갈등이 추가로 악화하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소 진정된 점, 일부 국가가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를 전략 비축자산 또는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점도 중장기 수요 기대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반대로 미국 재정 문제와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옵션 만기와 대규모 토큰 언락, 달러 강세 재개 가능성 등은 언제든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

 

이날 국내 코인 거래대금 13.5% 증가는 이 같은 글로벌 리스크 온 환경에 한국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급등, 구글 제미나이 3.0이 촉발한 AI·반도체 랠리, 12월 금리 인하 기대 확대로 위험자산 선호가 커지자, 국내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으로 유입된 단기 자금이 리플 XRP·모나드·솔라나·도지코인 등 변동성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동시에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메이저 코인에는 조정 이후 분할 매수 성격의 수급이 유입되며, 전체 거래대금 확대와 시가총액 상위 코인의 동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국면을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구간으로 본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처럼 ETF와 업그레이드, 규제 완화라는 구조적 재료가 뚜렷한 코인은 중장기 코어 자산으로 볼 수 있지만, 하루 70% 이상 급등한 모나드와 같은 고위험 알트코인에 대한 추격 매수는 변동성과 유동성 리스크를 감안할 때 비중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스팟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자금 흐름과 온체인 상의 거래소 입출금, 고래·장기 보유자 비중 변화를 함께 모니터링해 수급 구조가 실제로 순유입과 보유 기간 확대 방향으로 전환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된다.

 

이더리움 후사카 업그레이드와 리플 XRP ETF 논의처럼 일정과 이슈가 비교적 명확한 코인에 대해서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사전 분할 매수·분할 매도 전략과 손절 기준을 미리 설정해 두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고 변동성지수(VIX)와 금리 인하 기대, 나스닥과 반도체 지수 등 거시 지표를 함께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시장에서 제기된다. 최근 코인 가격의 반등이 유동성과 투자 심리 회복의 초기 신호일 수 있지만, 다음 상승 국면을 결정할 변수로는 ETF 수급과 금리, 온체인 수급 개선이 보다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새로운 금융 상품이 코인 시장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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