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망 이용 지원 시스템 가동…과기정통부, 우주통신 행정 디지털 전환
저궤도 위성통신 확산으로 급증하는 위성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등록과 조정 절차를 전면 온라인화했다. 위성 사업자가 국제기구 등록과 국가간 전파 조정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행정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국내 우주통신 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스템이 고비용 장기 프로젝트인 위성통신 분야의 초기 불확실성을 줄여, 민간 참여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국가 우주 영토 확보와 위성망 효율적 이용을 목표로 위성망 이용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21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국내외 위성 사업자가 국제전기통신연합에 위성망 국제등록을 신청하고, 전파 혼신이 우려되는 타 국가와의 위성망 조정 절차를 온라인으로 신청·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행정 절차 자동화와 데이터 통합을 통해 위성망 등록 처리 속도와 업무 정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위성망 전주기 관리 체계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구현한 점이다. 위성망 신청 단계에서부터 국가간 조정, 국제등록 완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시스템 상에서 실시간 추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단계별 진행 현황이 사업자와 행정기관에 동일하게 공유돼, 기존에 개별 공문과 수기로 처리하던 방식의 비효율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성망 정보와 무선국 정보가 하나의 창구로 통합돼, 정보 파편화로 인한 이중 검토와 누락 우려도 감소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주목되는 기능은 데이터베이스 연계다. 국제 위성망 정보인 ITU 데이터베이스와 국내 무선국 관련 정보를 보유한 중앙전파관리소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해 단일 통합 정보로 제공한다. 사업자는 이 통합 정보를 활용해 특정 궤도와 주파수 대역에서 이미 사용 중인 위성망 현황, 잠재 혼신 가능성, 국내 무선국 배치 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 기존 대비 정보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주파수 선택과 궤도 설계 단계에서의 시행착오와 재조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성통신 시장에서는 저궤도 위성을 수천기 단위로 쏘아올려 전 지구 인터넷을 제공하는 메가 콘스텔레이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스페이스X와 원웹에 이어 아마존, 중국 기업들도 대규모 위성망 구축에 나서면서 국제전기통신연합 내 궤도와 주파수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내에서도 통신사와 스타트업, 대기업 계열 방산·우주 기업들이 저궤도 위성 사업을 검토하거나 초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만큼, 위성망 등록과 조정 절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원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위성 사업자들은 위성 개발에 착수하면서 동시에 사용할 주파수와 궤도를 결정해야 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위성망 주파수 및 무선국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 초기 설계 단계부터 상당한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했다. 국제등록과 국가간 조정을 위한 행정 절차도 수기 위주로 이뤄져, 처리 기간 예측과 이력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 정부는 이런 구조가 민간의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위성통신 신사업 확대를 제약해 왔다고 보고 있다.
새로 가동된 위성망 이용 지원 시스템은 이런 한계를 줄이기 위한 장치로 설계됐다. 사업자는 온라인으로 국제등록을 신청하면서 동시에 조정 대상 국가와 잠재 혼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기술자료와 행정문서도 전자적으로 제출·보관할 수 있다. 행정기관은 축적된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정 소요 기간을 예측하고, 유사 사례를 비교해 보다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어, 전체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국제적으로도 우주·위성 자원 관리의 디지털 전환은 중요한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위성망 등록과 허가 절차에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심사 기간 단축과 사업자 편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정비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규제 속도와 행정 효율이 곧 국가 우주통신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시스템 구축은 이런 글로벌 흐름에 맞춰 위성 행정의 기본 인프라를 정비하는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는 국가 우주 영토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궤도와 주파수는 국제전기통신연합을 통해 사실상 선점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적시에 위성망을 등록하고 조정을 마치는 것이 곧 우주 영역에서의 국가 활용 권한을 넓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국내 사업자의 등록 성공률과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향후 위성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지구 관측, 국방·안보, 우주기상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우주기반 서비스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입지를 넓힐 여지도 커진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수요자 중심 시스템 도입으로 위성망 등록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국가 우주 영토를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성통신 경쟁력 강화와 관련 기술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새 시스템이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하고, 향후 민간 위성 서비스 성장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