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장보고함 폴란드 무상양도 추진…"8조원 오르카 잠수함 수주전 지원 포석"

정유나 기자
입력

잠수함 수출 경쟁과 국방 외교 전략이 맞물렸다. 정부가 퇴역을 앞둔 해군의 첫 잠수함 장보고함을 폴란드에 무상 양도하기로 하면서,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를 둘러싼 수주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 퇴역 예정인 1200t급 장보고함 1척을 폴란드 측에 넘기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국내 방산업체가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운용 경험 제공과 신뢰 형성을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무상 양도 대상인 장보고함은 우리 해군이 운용한 첫 잠수함이다.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됐고, 1992년 대한민국 해군이 인수해 1994년 실전 배치됐다. 이후 30년 가까이 우리 해역 경계와 잠수함 운용 역량 축적에 기여해 온 전력이다.

 

폴란드는 현재 오르카 프로젝트를 통해 3000t급 신형 잠수함 3척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기본 획득 사업비는 약 3조4천억원 규모로 알려졌고, 여기에 유지·보수·운영 등 후속 지원을 포함하면 최대 8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으로 평가된다.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전에는 한국의 한화오션을 비롯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웨덴 사브 등 유럽 주요 조선·방산 기업이 대거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함 이후 축적해 온 잠수함 설계·건조 기술과 한국형 잠수함 운용 경험을 내세우고 있고, 유럽 업체들은 나토 동맹 네트워크와 기존 공급 실적을 강점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장보고함 무상 양도 카드를 꺼낸 것은 폴란드 해군에 한국산 잠수함 운용 경험을 제공해, 향후 한국 업체 제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실물 장비를 토대로 승조원 교육과 운용 교리를 공유하면, 단순 제안서 경쟁을 넘어 장기 군사 협력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퇴역 전력의 무상 양도가 군 전력 공백 우려나 국익 현금화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군 안팎에서는 수십 년간 우리 바다를 지켜온 첫 잠수함을 외국에 내주는 상징성과 함께, 무상 제공 방식의 적정성을 둘러싼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향후 방위사업청과 국방부, 해군이 폴란드 측과 실무 협의를 이어가며 양도 시기, 개조 범위, 교육 지원 내용 등을 조율할 전망이다.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가 본격 계약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맞춰 우리 방산업체의 수주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외교·국방 연계 전략이 가동되는 셈이다.

 

정치권과 국방 당국은 장보고함 무상 양도가 동유럽에서 확대 중인 한국형 무기체계 수출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폴란드와의 협력 사례를 바탕으로 잠수함을 포함한 해양 전력 수출 다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유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장보고함#폴란드오르카프로젝트#한화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