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과 거리 두기”…조국혁신당, 내란재판부·필리버스터 법안 제동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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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대치 정국에서 범여권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제3정당 조국혁신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필리버스터 제도 개편을 두고 정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계기로 민주당의 사법개혁 입법 전략에 연이어 제동을 걸며 독자 노선을 부각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 요구에 이어 국회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에도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과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우려와 대안을 제대로 숙의하고 수렴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 5당 원내대표단 회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며 “필리버스터 제한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대해 여러 우려와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운용 방식을 놓고 공개 비판에 나섰다. 조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위헌 소지를 없애고 내란재판부를 2심부터 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정도”라고 적으며, 민주당 안이 헌법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국혁신당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도 민주당과 다른 길을 택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허위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핵심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회의장을 떠났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 안 대신 허위조작정보의 규정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했다.

 

이 같은 행보는 12석에 그친 소수 정당 조국혁신당을 입법 전선의 핵심 변수로 떠올리게 했다. 그동안 일부 진영에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아온 범여권 소수정당이 고강도 사법입법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정치 지형이 새롭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에 맞서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필리버스터 종결 여부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를 조국혁신당이 쥐게 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종결에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즉 298명 기준 179석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166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으로는 종결선에 미치지 못해 제3정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의 강경한 차별화 전략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석으로 읽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하며 제3정당 바람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에게 지방선거는 독자 세력화를 입증해야 하는 무대가 된다. 민주당과 각을 세우되, 국민의힘을 상대로는 내란 혐의를 둘러싼 공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보층 결집을 시도하는 구도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국민의힘을 향한 상징적 메시지도 내놨다. 당은 국민의힘에 사과 상자를 보내며 ‘내란 사과, 극우 절연 용기를 기대합니다’라는 문구를 전달했다.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예방했을 때 받은 환대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고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내란 프레임을 거듭 부각하는 이중 메시지를 던졌다.

 

조국혁신당의 예상을 뛰어넘은 행보에 민주당은 속도 조절에 나서는 기류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추가 논의를 거쳐 오는 20일 이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필리버스터 유지 요건 강화 국회법 개정안은 당분간 본회의 상정을 미루는 쪽으로 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진보 진영 분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전선을 2개 이상으로 넓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며 개혁진보 정당들과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가 범야권 연대 유지와 사법입법 속도 조절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미묘한 갈등을 주시하면서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국혁신당의 추가 입장 표명 여부가 향후 본회의 공방 구도로 직결될 전망이다.

 

국회는 정기국회 이후 사법개혁, 언론·정보통신 관련 법안을 둘러싼 공방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 소수정당들 사이의 연대 구도가 어떻게 재정립되는지에 따라 필리버스터 제도 개편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처리 시점도 달라질 수 있어, 향후 회기에서 본격적인 협상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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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더불어민주당#필리버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