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돌담길과 계곡”…성주에서 만난 조용한 여름의 쉼표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 성주에서는 머무름의 미학을 다시 보고 있다. 흐린 하늘과 짙은 습도 속에서도 이곳을 찾는 이들은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역사의 숨결과 자연의 여유에 스며든다.

SNS에서는 전통마을 인증샷과 고요한 계곡 풍경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월항면의 한개마을 돌담길을 걸으며, 초가집 그림자에 기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가천면 포천계곡에선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눈을 감는다. “서울에서는 느껴본 적 없던 평온함이에요.” 한 여행객은 이런 감상을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자비선사를 템플스테이 우수 사찰로 선정하며, 내·외국인 참가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계곡, 산책, 명상 등 ‘쉼’을 키워드로 한 방문이 많아진 것도 인상적이다. 자연을 찾는 이들이 점차 조용한 풍경과 느린 리듬을 선택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운 스님이 운영하는 자비선사는 “명상은 신체의 피로를 씻고 마음을 환하게 펼치는 시간”이라고 느꼈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혜진씨도 “성주의 매력은 인위적이지 않은 고요함과 시간이 머무는 한적한 분위기다. 자연 속 마을을 걷고, 마음을 내려놓는 그 감각 자체가 여행이 된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 하나 찍고 싶어 약속 없이 들렀는데, 생각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계곡물에 두 발 넣는 것만으로도 도시에서의 피로가 풀렸다”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조용히 ‘쉼’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주는 지금, 빠른 여행과는 조금 다른 목적지를 제안하고 있다. 천천히 걷고, 고택에 발을 들이며, 명상과 자연에 둘러싸여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