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교체땐 임기 자동 종료"…조례 탓에 수개월짜리 기관장 현실화 논란
정치와 인사가 맞물린 조례가 지방 공공기관을 흔들고 있다. 부산시가 시장 임기와 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를 연동하도록 한 조례 탓에, 임기 2∼4개월짜리 초단기 기관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인사 공백과 정책 연속성 훼손을 둘러싼 논쟁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2023년 부산시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핵심은 부산시장과 시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이다. 시장이 연임에 실패하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경우, 해당 기관장의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새 시장 임기 시작 직전에 기관장 임기가 끝나도록 규정했다.

부산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은 모두 17곳이며, 이 가운데 12곳이 해당 조례 적용 대상이다. 부산연구원장과 부산의료원장, 부산사회서비스원장은 각각 지방연구원법, 지방의료원법,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임기를 보장받는 구조라 조례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벡스코와 아시아드CC 역시 상법상 주주총회를 통해 임원을 선임·해임하는 체계여서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대목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의 후임 인선 여부다. 부산시의회는 다음 달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열어 부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업무수행 능력, 경영 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그러나 후보자가 인사청문을 통과해 2년 임기를 시작하더라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이 교체되면 시장 임기 시작 전에 이사장 임기가 자동 종료된다.
다른 출자·출연기관장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용우 부산글로벌도시재단 대표는 내년 2월, 송복철 부산경제진흥원장은 내년 3월, 차재근 부산문화회관 대표는 내년 4월 각각 첫 2년 임기가 끝난다. 여기에 조례가 엄격히 적용될 경우, 후임자는 새 시장 임기 개시 시점까지 2∼4개월만 맡는 초단기 기관장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산시는 제도 운용 과정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출자·출연기관장 공모 과정에서 "출자·출연기관장 선임 때 시장 임기와 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수개월짜리 기관장이 나오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내부 인사가 직무대리 형태로 임기 공백을 채울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적 공방을 낳을 수 있는 초단기 기관장 임명 대신, 내부 승계를 통한 안정적 운영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조례 취지는 선거로 구성된 시장의 책임과 시 산하 기관 운영 책임을 맞물리려는 데 있다. 그러나 기관장의 잦은 교체와 단기 재임이 상시화되면, 주요 정책의 중장기 계획 수립과 집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 검증과 청문 절차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과 시간에 비해 실질적인 재임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질 수 있어서다.
다만 조례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는 내년 지방선거 결과와 후속 인사 방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 연임 여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검증 결과, 각 기관 이사회 논의가 맞물리면서 추가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산시는 향후 인사 계획과 제도 운영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부산시의회도 관련 현안 보고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