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마 인수 타진”…중국·일본 스포츠 기업, 유럽 브랜드 노리며 글로벌 재편 주목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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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7일, 독일(Deutschland) 증시에서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를 둘러싼 인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중국(China)과 일본(Japan) 스포츠 업체들이 잠재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인수 기대가 급격히 커지자 푸마 주가는 장중 18.9% 급등하며 연초 이후 하락세를 되돌리는 흐름을 보였고, 유럽 스포츠웨어 시장 재편 가능성에 국제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각)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스포츠웨어 그룹 안타스포츠(Anta Sports)가 푸마 인수를 위한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타스포츠는 푸마 인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외부 자문사와 협력해 왔으며, 실제 인수에 나설 경우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거래를 추진하는 방안도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마 인수설에 주가 18.9% 급등…안타스포츠 등 中·日 후보군 부상
푸마 인수설에 주가 18.9% 급등…안타스포츠 등 中·日 후보군 부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체조 스타 출신 리닝이 설립한 스포츠 브랜드 리닝(Li-Ning) 역시 푸마 인수에 관심을 가진 잠재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일본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Asics)도 푸마에 전략적 관심을 보일 수 있는 투자자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아직 어느 회사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아시아 유력 업체들이 동시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인수전 개연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 같은 관측이 확산되자 푸마 주가는 이날 독일 증시에서 18.9%나 급등하며 연초 이후 이어진 약세장에서 큰 폭의 반등을 기록했다. 푸마 주가는 이번 급등 이전까지 올해 들어 약 62% 하락해 왔으며, 이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경쟁 심화와 브랜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왔다는 평가다. 급등 이후에도 푸마의 시가총액은 약 25억유로, 한화로 약 4조2천억 원 수준에 머물러 비교적 낮은 밸류에이션이 인수 논의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푸마 매각론은 프랑스(France) 명문 피노(Pinault) 가문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블룸버그는 이미 올해 8월, 피노 가문이 지주회사 아르테미스(Artemis)를 통해 보유한 푸마 지분 29%(작년 말 기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피노 가문은 명품 그룹 케어링(Kering)의 대주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푸마는 이 가문이 보유한 주요 스포츠 브랜드 자산 중 하나다. 아르테미스가 보유지분 정리에 나설 경우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 중심의 인수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48년 설립된 푸마는 한때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최근 수년간 소비자 관심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품 혁신과 마케팅 측면에서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에서 부진이 이어졌고, 투자자 사이에 사업 구조 개편이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거론돼 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도 푸마 실적에 부담을 줬다.

 

푸마 경영진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내부 쇄신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최근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잇따라 교체하며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고 브랜드 전략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구조조정 계획에서는 추가로 9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고, 러닝과 축구 등 핵심 카테고리에 자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비용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병행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스폰서십 자산은 푸마의 여전히 강점으로 꼽힌다. 푸마는 잉글랜드(England)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포르투갈(Portugal) 축구 국가대표팀, 덴마크(Denmark) 남자 핸드볼팀 등과 후원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서 노출 효과가 큰 계약들이어서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해외 시장 확대에 활용 가능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안타스포츠는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이미 여러 글로벌 브랜드를 품고 있다. 이 그룹은 휠라(FILA), 아웃도어 브랜드 잭울프스킨(Jack Wolfskin) 등 다수의 해외 브랜드를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안타스포츠 주가는 올해 들어 10% 상승하는 등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약 310억달러 수준으로 푸마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된다.

 

리닝과 아식스도 자국 및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온 브랜드다. 리닝은 중국 내 중고가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독자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고, 아식스는 러닝화와 퍼포먼스 스포츠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인지도가 높다. 세 기업 중 누가 실제 인수전에 참여하더라도 아시아 기업이 유럽 전통 스포츠 브랜드를 흡수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커, 지역 간 브랜드 결합을 통한 시너지와 충돌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푸마를 둘러싼 인수 논의가 글로벌 스포츠웨어 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기업들이 유럽 브랜드를 적극 인수해 온 흐름이 스포츠웨어 영역에서 한 단계 더 확장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유럽 기업들이 비용 부담과 성장 정체로 매각이나 파트너 물색에 나서고, 현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자산 확보에 나서는 구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만 구체적 입찰 계획과 가격, 지배구조 변화 방향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규제 당국 승인, 브랜드 통합 과정의 리스크, 서구 소비자 여론 등도 변수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아시아 스포츠웨어 그룹과 유럽 전통 브랜드 간 결합 시 포트폴리오 확대와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푸마 지분 향방이 향후 스포츠웨어 산업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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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마#안타스포츠#아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