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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재계 증인 잇단 철회”…국회, 김이배 등 대기업 대표 ‘실무진 대체’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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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국감 증인 채택’을 둘러싼 갈등이 국정감사 첫날부터 고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재계 인사의 국감 출석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대기업 대표나 총수 대신 실무진을 출석시키거나 아예 철회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상임위에서는 여전히 기업인 증인이 채택되는 등 온도차가 드러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정감사 시작 전 전체회의를 열고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최주선 삼성SDI 대표에 대한 일반 증인 채택을 모두 철회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허 대표는 건설 현장 중대재해, 최 대표는 리튬배터리 화재 사고 등으로 증인 명단에 올랐으나, 이날 실무진 출석으로 조정되며 대표급의 국감 소환은 무산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정경구 대표에서 조태제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증인이 교체됐고, 롯데건설 박현철 대표의 출석 일자도 당초 13일에서 29일 종합감사로 연기됐다. 이해욱 DL그룹 회장 역시 DL건설의 여성찬 대표가 출석하게 됐다. 한편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은 과거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을 제공하며 인사 청탁을 했다고 특검에 자수한 바 있다. 다만, 서희건설 김원철 대표는 이날 국감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기업인 증인 채택을 다수 철회했다. 유튜브 유해광고, 선정성 논란, OTT 불공정 거래 문제 등으로 증인 명단에 올랐던 윌슨 화이트 구글 아시아 태평양 대외정책총괄 부사장,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이사, 강동한 넷플릭스 콘텐츠총괄 부사장 등이 모두 국감 증인에서 제외됐다.

 

KT는 대규모 해킹 사태와 관련해 김영섭 대표이사가 오는 14일 국정감사에는 이현석 부사장을, 21일에는 직접 출석하기로 예정이 바뀌었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참고인으로 신분이 변경됐고, 삼성SDS 김유원 사장은 참고인 명단에서 빠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또한 섬 주민 자동차보험 서비스 불공정 논란과 관련해 채택했던 삼성화재 이문화 대표, DB손해보험 정종표 대표, 현대해상 이석현 대표 등 6개 손해보험사 대표에 대한 참고인 철회를 의결할 방침임을 밝혔다.

 

행정안전위원회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현신균 LG CNS 대표 등 주요 재계 인사를 국감 증인에서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두 기업인 소환을 최소화하는 기조로 방향을 맞췄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감에서 재계 증인, 특히 오너·대표들에 대한 출석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도 재계에 대한 증인 채택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상임위에서 철회 기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무위원회는 이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28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김 의장은 당초 14일 증인으로 예정됐으나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견제 장치가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동시에 기업인 불출석이 되풀이되는 ‘국감 무력화’ 논란과, 기업 실무진을 통한 실효성 논의 필요성도 함께 거론됐다.

 

국회는 이날도 재계 증인 채택 및 철회 사안을 두고 각 상임위별로 격론을 벌였으며, 주요 상임위들은 향후 남은 국감 일정에 따라 추가 증인 변경 및 대체 출석 여부를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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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김이배#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