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가 AI의 심장”…한국, 2026년 AI 3강 도약 선언
클라우드 인프라가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업계가 2026년을 ‘AI 3강 도약의 원년’으로 못 박았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격차가 GPU 인프라와 데이터 처리 역량에서 갈린다고 보는 만큼, 클라우드를 산업 융합의 기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을 중심으로 AI·데이터·클라우드 융합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되며 한국형 AI 클라우드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가 개최한 ‘클라우드인의 밤’ 행사에서 업계 리더들은 클라우드를 AI 산업의 필수 인프라로 규정하고, 2026년을 국내 AI 3강 도약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공유했다. 협회는 기존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서 명칭을 변경하며 AI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역할을 선언했다.

최지웅 협회장 겸 KT클라우드 대표는 인사말에서 2025년을 준비의 해, 2026년을 도약의 해로 규정했다. 그는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이끈 업계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번 행사가 연말 행사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라우드 인프라 역할을 인체에 비유해 “클라우드는 AI를 만드는 심장이고, 데이터는 혈액”이라고 표현하며, 이 둘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뇌에 해당하는 AI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최 협회장은 특히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인프라 구축 단계를 넘어 서비스 경쟁 단계로 이동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AI,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가 통합적으로 설계되지 않을 경우 2026년 목표로 제시한 AI 3강 도약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AI 모델을 돌릴 연산 자원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이를 뒷받침하는 GPU 기반 인프라가 하나의 스택으로 작동해야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 경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협회는 공식 행사에서 협회 명칭에 인공지능을 포함한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 출범을 대외에 선포했다. 단순한 간판 교체를 넘어, AI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아우르는 정책·산업 협의체로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메시지다. 최 협회장은 2026년을 협회의 재출범 원년으로 규정하고, AI를 포함한 새로운 비전과 역할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계 중심 협회로서 정책 건의와 생태계 조정 기능을 강화하며 업계를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기술·시장 관점에서도 2025년 이후를 기점으로 융합 생태계가 빠르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최 협회장은 GPU 도입을 출발점으로 그 위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올리고, 다시 AI 서비스를 구축해 국민이 일상에서 AI를 사용하는 구조가 본격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초거대 AI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 자원과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그 위에 금융, 의료, 제조, 공공 등 개별 산업 맞춤형 AI 서비스가 쌓이는 다층 생태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구독 기반 디지털 서비스 확산이 AI 클라우드 성장의 촉매로 거론됐다. 최 협회장은 이미 대부분의 국민이 하나 이상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경을 언급하며, 이러한 소비 패턴이 국산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 동영상, 오피스에서 시작된 구독 모델이 생산성 도구, 산업용 SaaS, AI 비서 등으로 번지면서 국내 서비스가 글로벌 플랫폼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여지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협력과 거버넌스는 향후 AI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변수로 꼽혔다. 최 협회장은 민간, 정부, 학계, 연구기관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더 중요한 과제로 이를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들었다. 데이터 이용 규범, GPU 인프라 투자 방향, 공공 클라우드 도입 기준, AI 서비스 안전 가이드라인 등이 업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협회가 의견을 제시하고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사장에는 국회와 정부 유관기관, 산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확대에 기여한 기업과 인물을 격려했다. 시상식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이 폴라리스오피스와 원더무브에 돌아갔다.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소프트웨어, 산업용 서비스 고도화 등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NIPA 원장상은 이노그리드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NIA 원장상은 가온아이가 수상했다. 클라우드 MVP로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선정됐다.
네이버클라우드를 이끄는 김유원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AI 시대를 국가 산업 구조 재편의 분기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만큼 AI와 클라우드 분야에서 준비가 잘 된 국가를 찾기 어렵다고 언급하며, 국내 인프라와 기술 역량이 세계 상위권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술 우위가 자동으로 산업 우위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AI 인프라를 수출 가능한 서비스와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과거 자동차와 조선업 성장기를 이끈 선배 세대를 언급하며, 내년 이후 AI와 클라우드 산업에서도 유사한 산업사적 전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기업이나 개별 프로젝트 차원을 넘어, 한국의 향후 50년, 100년을 좌우할 미래 먹거리를 함께 설계하겠다는 포부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를 비롯한 국내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가 초거대 AI, 산업용 특화 모델, 공공·금융 맞춤형 클라우드에서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며 글로벌 사업자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행사로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는 AI를 전면에 내세운 정책·산업 협력 채널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GPU 공급망과 전력 인프라, 데이터 규제, 공공 클라우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상황에서, 협회가 민간의 요구를 집약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제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산업계는 클라우드를 AI의 심장으로 삼겠다는 선언이 실제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2026년이 한국형 AI 3강 체제의 실질적 출발점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