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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와 고인돌이 만난다”…가을 들판 위 축제의 시간 → 가족과 여행객의 오감 힐링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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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사람들이 고인돌 유적지를 다시 찾는다. 예전엔 역사의 흔적이던 곳에, 이젠 계절의 향기와 가족의 웃음이 물든다. 꽃과 사람이 공존하는 들판에서, 누구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싶은 축제가 열린다.

 

화순군 도곡면, 잔디광장엔 코스모스와 국화, 해바라기가 쏟아질 듯 피어난다. 잊혀진 것 같던 선사시대가 야외 미술관처럼 느껴지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이 아이의 손을 질끈 잡아 이끈다. SNS엔 이미 “고인돌 꽃길”을 걷는 인증 사진이 넘친다. 가족 단위 관광객은 물론, 새 계절에 숨어든 혼행족도 조용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코스모스부터 고인돌 스토리까지…‘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전남 화순에서 열린다
코스모스부터 고인돌 스토리까지…‘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전남 화순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축제의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에도 보인다. 올해는 청동기 시대를 테마로 한 스톤 아트, 전통놀이, 팔주령 비누 만들기 등 이야기가 곁들여진 체험이 강화됐다. 화순 고인돌 작명소에서는 MBTI와 혈액형을 바탕으로 선사시대 이름을 새기는 재미가 펼쳐진다. 원시인 복장 체험, 풍선, VR 엽서 우체통 등은 아이들에게 이곳만의 기억을 선물한다.

 

생생한 현장감은 음악으로도 이어진다. DM콘서트에서는 정엽, 하림, 케이시가 DM발라드 무대로, 스페이스A, 자자, 채연, K2가 레트로 감성으로 들판에 음악을 더한다. 마지막 날에는 문희옥, 우연이, 김홍남이 DM트롯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만든다. 지역 특산 음식과 탄광 아이스크림, 들순이 국화빵을 맛보려는 줄도 끊이지 않는다.

 

축제를 연구해온 정지훈 문화평론가는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의 본질은 ‘세대를 통합하는 경험’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와 자연,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드문 기회다. 그만큼 가족, 친구, 혹은 혼자 방문해도 모두가 제 역할을 찾는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꽃길 따라 걷다 보면 고인돌이 더 가까워지는 기분”, “아이들이 역사를 놀이처럼 느꼈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푸드트럭 옆 벤치에서 도시락을 펼쳐놓은 엄마, 기념사진을 남기는 연인, 사진 한 장에도 함께한 계절의 색이 담긴다.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 오감으로 묻는다. 자연, 맛, 음악, 시간의 향기까지 한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순간.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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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고인돌가을꽃축제#정엽#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