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베트남 리테일 강화 승부수…구형모 전무에 사업총괄 맡겨
헬스케어와 소매 플랫폼이 결합된 유통 전략이 동화약품의 베트남 공략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동화약품은 2023년 인수한 현지 헬스앤뷰티 체인 중선파마를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H&B 업계 성장을 이끌었던 유통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 이번 인사가 동화약품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동화약품은 20일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에 구형모 전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구 전무는 동화약품이 인수한 베트남 현지 기업 중선파마를 포함해 베트남 내 전체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중선파마는 현재 베트남 전역에서 241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으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뷰티 제품을 결합한 H&B형 유통 채널로 평가받는다.

구형모 전무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유통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홈플러스 창립 멤버로 참여해 대형마트 사업 경험을 쌓았고, 이후 삼성테스코와 롯데쇼핑 슈퍼마켓 부문을 거치며 오프라인 리테일 운영 역량을 확보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축적한 상품 운영, 물류, 점포 개발 경험이 향후 동화약품의 해외 헬스케어 리테일 전략 수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2년에는 CJ올리브영에 합류해 헬스앤뷰티 스토어 모델의 성장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2012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총경리로 취임해 현지 영업을 총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H&B 포맷의 사업성을 검증했다. 동화약품은 구 전무가 CJ제일제당 HBC 부문을 현재의 CJ올리브영으로 발전시키고 2017년 1000호점 출점을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H&B 시장에서 입증된 점포 확장 전략과 카테고리 운영 노하우가 베트남 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번 인사는 동화약품이 단순한 의약품 판매를 넘어 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트남은 인구 구조가 젊고 소득 수준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건강기능식품과 코스메틱 수요가 함께 확대되고 있다. 동화약품이 보유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포트폴리오를 중선파마 오프라인 채널과 결합하면, 국내에서 H&B 업체들이 구축한 옴니채널 모델과 유사한 구조를 동남아에 구현할 여지도 있다.
헬스앤뷰티 리테일은 IT 기술과 결합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매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맞춤형 추천, 모바일 앱과 연동된 건강 관리 서비스, O2O 기반 배송 서비스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는 추세다. 동화약품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현지에서 확보되는 소비자 데이터를 토대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나 온라인몰 연계 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베트남 보건 규제와 의약품 유통 관련 제도는 국내와 구조가 달라, 현지 파트너십 구축과 규제 대응 전략이 사업 확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의약품 유통 체계의 투명성 강화와 품질 관리 기준 상향을 추진하고 있어, 현지 법규에 기반한 체계적 품질관리와 약사 인력 운용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중선파마가 운영 중인 241개 매장이 향후 의약품 중심의 전문 채널로 갈지, 건강과 뷰티를 아우르는 복합 플랫폼으로 전개될지도 규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화약품은 구 전무 선임을 계기로 중선파마의 점포 포맷 정비, 카테고리 리빌딩,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OTC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IT 기반 재고관리와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품목군에서 디지털 솔루션 도입을 병행할 여지도 있다. 이미 글로벌 H&B 체인들은 점포별 매출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수요 예측과 재고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동화약품이 유사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비용 효율성과 고객 대응 속도가 개선될 수 있다.
구형모 전무는 동화약품 베트남 사업의 성공을 통해 회사의 해외 진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와 글로벌 H&B 체인들이 동시에 노리는 베트남 시장에서 동화약품이 어떤 차별화 전략을 제시할지에 따라, 향후 동남아 지역 전체로의 사업 확장도 가시화될 수 있다. 산업계는 이번 인사가 동화약품의 해외 헬스케어 유통 전략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