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머무는 충주”…호수와 동굴, 천문대에서 일상의 쉼표
요즘 충주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맑은 들판과 호수, 오래된 동굴, 별빛 가득한 천문대가 어우러진 이 도시는, 여행자의 가을 감성을 조용히 다독인다. 예전엔 거창한 여행지로만 여겨졌지만, 이제 충주 역시 가깝고 정겨운 일상 탈출지로 자리 잡았다.
8일 충주 하늘은 흐렸다. 오후 기온은 25.7도, 약간은 습하지만 시원한 바람 덕에 호숫가 산책도, 동굴 체험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SNS에는 활옥동굴에서 투명 카약을 즐긴 사진, 충주호 물안개 위를 걸은 아침 풍경, 밤하늘 별이 쏟아지는 천문과학관 인증샷이 잇따른다.
충청북도의 중심에 자리잡은 충주는 자연과 역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도시다. 특히 100여 년의 탄광 역사를 품은 활옥동굴은 동절·하절 내내 11~15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물길 위에 접이식 투명 카약을 띄우면, 제법 피서지 느낌마저 난다. 동굴 벽마다 남아 있는 광산의 흔적은 산업화의 한 장면도 고스란히 전한다.
천문을 사랑한다면 중앙탑면의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이 빼놓을 수 없다. 주관측실의 대형 반사망원경으로 행성, 별을 관찰하거나 천체투영실에서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색다르다. 전시실에 전시된 천상열차분야도(한국 고천문도)는 고대인들의 시선을 상상하게 만든다.
충주호의 호반길을 걸으면, 산과 숲, 물이 한데 어우러져 사계절 각기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른 아침 물안개와 저녁노을 속 호수는 ‘그림 같은 풍경’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 가족 단위는 물론,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다는 사람들의 후기에도 “호수 앞에서 나를 돌이켜보게 됐다”는 고백이 잦다.
충주 여행의 본질은 여유에 있다. 호기롭게 달려가는 대신 잠시 머무르고, 자연에 기대어 자신의 호흡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여행은 근사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소박하게 머물고 싶을 때 찾는 충주의 매력이 그만큼 특별하다 느껴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가을, 충주 같은 도시가 더 자주 떠오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