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쿼터 내리막길”…BNK, 후지쓰 3점슛 폭격→박신자컵 첫판 고개 숙였다
부산 사직체육관을 진동시킨 함성 위로, 챔피언 BNK의 집념이 절실했던 밤이었다. 지난해 정상에 올랐던 부산 BNK는 홈에서 강렬한 개막전을 맞이했지만, 3쿼터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이내 무거운 분위기가 깔렸다. 연달아 실점을 내주며 지키려 했던 우승팀의 자존심이 흔들렸고, 이대로 경기는 후지쓰의 웃음 속에 마무리됐다.
2025 BNK금융 박신자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은 3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펼쳐졌다. 한국 챔피언 부산 BNK와 일본 W리그의 통합 우승팀 후지쓰가 처음으로 코트 위에서 맞붙는 장면에는 양국의 프라이드가 녹아들었다. BNK는 초반 0-6으로 끌려다녔으나, 김소니아와 심수현이 맹렬하게 추격전을 이끌었다. 1쿼터는 13-16으로 마쳤으나, 2쿼터 들어 이소희의 3점포와 안혜지의 외곽포로 BNK가 18-16 역전을 만들어냈다.

두 팀은 전반 내내 시소 싸움을 벌였다. 김민아의 3점포로 26-25, 이어 전반은 29-29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균형을 이어갔다. 하지만 후반 들어 국면이 완전히 달라졌다. 3쿼터 BNK는 후지쓰의 외곽포 앞에 고전했다. 연달아 3점슛을 허용하며 흐름이 급격히 기울었고, 후지쓰는 속공까지 더해 10점 차로 점수를 벌렸다. 4쿼터에는 BNK의 반격도 녹록지 않았다. 결국 젊은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며 값진 경험을 쌓는 무대로 방향을 틀었다.
BNK에서는 김소니아가 19점에 6리바운드라는 기록으로 고군분투했다. 이소희도 10점 7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김정은과 안혜지가 각각 5점을 올리며 역할을 더했다. 아시아쿼터 신입 스나가와 나츠키 역시 3분 13초 출전해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를 하나씩 기록해 첫 발을 뗐다.
후지쓰는 후지모토 아키의 글래스존 장악력이 빛났다. 그는 16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끌었다. 팀 전체가 3점슛과 스피드를 앞세워 박신자컵 첫 승을 거머쥐었다.
관중석에 기대와 아쉬움이 뒤섞인 채 흩어진 밤. BNK는 다음 경기에서 반전을 꿈꾼다. 코트에 남은 열기와 패배의 교훈은, 9월 박신자컵 일정 내내 부산 사직체육관을 다시 달굴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