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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주항공, 잠재력 충분하지만 수요 부족”…존 리 본부장, 체질 개선 강조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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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항공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기술력 못지않게 산업 수요의 유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주항공청 초대 임무본부장으로 약 1년간 혁신 설계에 참여한 존 리 본부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우주항공 분야에 충분한 역량이 있지만 실제로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기술 확장과 중소기업 참여 확대가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이번 발언을 한국 우주항공 산업이 ‘수요 기반 경쟁’에 직면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존 리 본부장은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국내 우주청의 초대 임무본부장을 역임, 우주항공 연구개발구조를 직접 설계했다. 그는 “KAIST, 서울대 등에서 접한 한국 연구자들의 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다만 한국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직접적 수요’ 부족에서 비롯된다”며 “현재 산업 생태계가 우주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갇혔다”고 진단했다.

기술 구현 방식에 관해서는 한미 산업 문화의 차이도 언급됐다. 존 리 본부장은 “한국은 기술적 해결책 등 엔지니어링 솔루션 구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우주항공은 ‘필요 요건(requirement)’ 설정에서 출발한다. 수요가 먼저 정의되면 기술 개발의 효율성과 방향성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술 중심에서 ‘수요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차세대 성장의 핵심임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사업화와 중소기업 확대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우주 관련 프로젝트 발주, 민간 협력 확대, 정부 주도의 수요 창출이 시장 확대의 선결 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우주항공 수요를 정부, 국방, 민간 인프라 투자 등에서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키워나가는 추세이다.

 

반면 국내 우주항공청은 과기부, 방위산업청 등과의 연구개발(R&D) 협업, 기술 상용화 정책은 시도 중이지만, 수요 기반 프로젝트의 본격 활성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규제와 정책 지원 체계도 여전히 보수적으로 평가된다.

 

존 리 본부장은 이번 국감에서 “향후 2~3년 내 가시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하며, 산업계와 정부의 유기적 협력을 강조했다. 한편, 본부장 재직 1년 만의 퇴진 배경에 대해선 “이미 설계된 혁신 프로젝트의 성과는 앞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단기성과 지상주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수요 중심’ 우주항공 정책 전환, 민간 협력 강화와 정부 혁신 의지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는 우주항공 분야의 기술력 못지않게 인프라·시장 수요 확대 정책이 실제 성장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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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우주항공청#우주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