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2심 설치로 수정”…정청래, 조희대 사법부에 경고 메시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재판부 설치 시점을 2심부터로 조정하기로 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다음 달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앞둔 상황과 맞물리며 정치권 공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가운데 위헌 소지가 제기된 조항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1심부터 전담재판부를 두는 안을 추진했지만, 위헌 시비를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2심부터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따라 내달 예정된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은 일반 재판부가 맡고, 항소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가 관여하는 구조가 유력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강원도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입장을 설명하며 사법부를 겨냥했다. 정 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기존 안과 관련해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 안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부에서 일부러 위헌시비 논란을 일으킨 만큼 논란 자체를 없애겠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의 당론 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위헌 논쟁을 사전에 차단해 입법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정 대표는 동시에 지귀연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관련 사건 재판과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가 지귀연 재판장의 침대축구식 재판, 법정 모욕과 조롱을 원천 봉쇄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도 궁극적으로는 조희대 사법부가 자처한 일"이라고 규정하며 책임을 돌렸다.
헌법 제103조를 거론한 비판도 나왔다. 해당 조항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정 대표는 이를 언급한 뒤 "조희대 사법부가 지난 1년간 보여준 모습이 혹시 법률과 앙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여당 대표가 대법원장을 겨냥해 헌법 조항까지 상기시키며 정치적 압박을 가한 셈이다.
당 지도부의 강경 기조는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앞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달 16일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장은 지귀연 부장판사다. 민주당이 위헌 논란을 피해가도록 법안을 손보면서도, 동시에 해당 재판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견제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위를 높였다. 박 수석대변인은 "아무리 지귀연 재판부라도 내란수괴 윤석열에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은 0%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하더라도 1심의 지귀연 재판장처럼 침대재판, 오락재판, 만담재판을 해선 안 된다고 확실히 경고하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내달 1심 선고와 이후 항소심 과정 모두에서 사법부가 정치적 논란을 부를 판결을 해선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강력한 불신을 드러내며, 향후 상급심에서의 전담재판부 구성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는 논리도 부각했다.
그러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시점을 2심으로 조정한 데 대해 민주당 강경 지지층 사이에선 후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1심부터 전담재판부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던 만큼, 일부에서는 당 지도부가 사법부와의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물러섰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진보성향 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한다. 촛불행동은 "1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라. 조희대 사법부에 판사추천권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선임 과정에서 사법부 권한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헌법적 한계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지층은 항상 이상을 얘기하지만, 당을 운영하려면 헌법 테두리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헌 논란을 지닌 법안을 통과시킨 후과에 대해 여당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이 위헌 판단을 받을 경우 입법 신뢰가 타격을 입고, 정치적 부담도 여당이 떠안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수정안을 이달 21∼22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말까지 조문 정비 등 성안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 관계자는 "오늘내일 작업해서 주말까지 상황을 봐서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란 관련 사건에 대한 2심 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향후 인사권 문제와 재판 배당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가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거듭 높이고 있는 만큼, 사법부의 대응과 판결 내용에 따라 정국 긴장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국회는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을 매개로 사법개혁과 사법부 독립 사이에서 또 한 번 치열한 공방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