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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기부금으로 본 소아의료격차…민간 참여 확대 분기점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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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이뤄지는 연예인의 선행이 단순한 미담을 넘어, 소아 의료 재원의 구조적 한계를 비추는 계기로 해석되고 있다. 중증 질환과 희귀질환을 겪는 소아 환자 치료에는 유전자 검사, 맞춤형 항암제, 장기 재활치료 등 고비용 의료기술이 점점 더 많이 투입되는 추세지만, 현실의 건강보험과 공공 재정만으로는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간 기부는 취약계층 아동이 최신 치료와 재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보완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2월 24일 동방신기 멤버 최강창민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동과 청소년 환자를 위해 치료비 지원금 5천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이 기부금을 소아암, 희귀·난치질환, 중증외상 등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비와 재활 지원에 우선 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고가 항암제, 세포치료, 집중재활 프로그램 등 비급여 또는 본인부담 비율이 높은 영역에 이런 기부금이 활용될 경우, 환자 가족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소아 환자 치료에는 정밀의료, 재활의학, 디지털 헬스 장비 등 IT·바이오 융합 기술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대형 병원들은 유전자 패널 검사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소아암과 희귀질환의 원인 변이를 찾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투여 여부를 결정한다. 또 집중재활실에서는 로봇보행 장비, 게임 기반 인지재활 기기,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장비 가격과 유지비용이 높고, 관련 서비스가 급여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취약계층에는 여전히 접근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소아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수가 적어 진단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약이나 희귀의약품 가격도 높은 편이라 본인부담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된다. 유전자 패널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고 해도, 추가로 필요한 정밀검사나 오랜 재활 과정은 여전히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의료계에서는 민간 기부가 이런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하며,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상황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기부에 대해 최강창민은 병원을 통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에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다”며 “기부금이 아이들의 건강을 되찾는 데 보탬이 돼, 하루빨리 밝은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꿈을 펼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들 역시 치료비 부담 탓에 정밀검사나 재활 프로그램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우선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창민은 이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기부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 116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항 지진 피해 아동 지원, 집중호우 피해 아동 가정 후원, 취약계층 아동 성장 지원 등 아동·청소년 대상 기부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런 사례는 IT·바이오 기반 첨단 의료기술이 실제 취약계층에게까지 닿기 위해서는 공공 재정뿐 아니라 민간 후원, 병원 재단, 기업 사회공헌이 결합된 다층 재원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병원 내 독립 재단이 소아암 정밀의료 프로그램과 로봇재활 치료에 특화된 기금을 조성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병원은 환아의 유전자 분석과 임상 데이터 축적에 드는 비용을 기부금으로 충당하면서, 동시에 차세대 치료법 개발 연구도 병행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비슷한 모델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아직 규모와 지속성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간 기부가 소아 정밀의료, 재활치료, 디지털 치료기기 활용의 격차를 줄이는 데 단기적인 효과를 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급여와 국가 단위의 데이터·연구 지원 체계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본다. 첨단 IT·바이오 기술이 소수에게만 제공되는 고가 서비스가 아니라, 취약계층을 포함한 아동·청소년 모두에게 기본권 수준으로 보장되려면 제도와 재원의 동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연예인과 기업, 개인 기부자가 잇따라 소아 환자 치료와 재활을 지원하는 흐름이 향후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공공적 활용을 넓히는 계기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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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창민#삼성서울병원#소아의료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