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70퍼센트 점유"…노보노디스크, GLP1 비만치료 패권 굳혀
GLP1 계열 비만 주사제가 국내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고강도 체중 감량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대사질환까지 포괄하는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기간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비만 치료제 경쟁이 단순 몸무게 감량을 넘어 전신 대사 건강 관리로 확장되는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7월부터 9월까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11퍼센트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노보노디스크의 GLP1 비만 주사제 위고비 매출은 1420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했다. 8월 한국릴리가 GLP1 계열 경쟁 제품 마운자로를 출시해 본격적인 양강 구도가 형성됐지만, 출시 1년 차를 맞은 위고비가 점유율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인 것이다.

GLP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으로, 원래는 인체에서 식후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에 관여한다.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위고비는 이 GLP1 작용을 모방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면서 동시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중과 혈당을 함께 개선하는 기전을 갖는다. 기존 비만약이 주로 식욕 억제제나 지방 흡수 억제제 중심이었다면, GLP1 제제는 대사 조절 호르몬을 직접 타깃으로 하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위고비는 동급 계열 약물 대비 체중 감량 폭과 대사 지표 개선 효과에서 우월한 데이터를 확보하며 시장 선택을 받고 있다.
올해 3분기는 글로벌 GLP1 비만 주사제 양대 축인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모두 국내에 상륙해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한국릴리는 8월 마운자로를 출시하며 빠르게 시장 안착을 시도했고, 그 결과 3분기 매출 284억 원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의미 있는 입지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위고비는 약가를 8월부터 인하했음에도 수요가 오히려 늘면서 매출과 점유율 모두에서 격차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임상 데이터의 폭과 진료 현장에서의 신뢰도가 단기간 가격 변동보다 더 강한 선택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GLP1 경쟁이 거세지는 동안 기존 비만약 시장은 확연한 위축 양상을 보였다. 삭센다와 큐시미아 등 기존 주력 제품들은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입지가 줄었다. 단순한 GLP1 열풍이라기보다, 체중 감량과 대사질환 관리 효과를 동시에 보여준 신세대 비만 치료제가 치료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의료진 사이에서도 체중 감량 수치만으로 약물을 선택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심혈관 사건 감소와 지방간 개선 등 장기 예후 지표를 함께 고려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위고비의 시장 확장은 풍부한 임상 데이터가 뒷받침하고 있다. 위고비는 다양한 비만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STEP 시리즈 임상시험에서 최대 20퍼센트를 초과하는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단순 체중 감소뿐 아니라 복부 내장 지방 감소, 혈당과 지질 등 대사 지표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대규모 임상시험 SELECT에서는 비만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진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20퍼센트 줄인 결과가 나왔다. 실제 진료 데이터 기반 STEER 연구에서는 경쟁 약물 대비 심혈관 사건 위험을 57퍼센트 낮춘 것으로 보고됐다. 이런 수치는 비만 치료제를 체중 조절 보조제가 아닌 심혈관 위험을 조절하는 치료제로 재평가하게 만드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적응증 확장도 위고비의 경쟁력을 키우는 요소다. 위고비는 2023년 4월 국내에서 비만 치료 목적 허가를 받은 이후 사용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같은 해 8월에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기반으로 한 적응증이 추가됐고, 올해 10월에는 청소년 비만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범위를 확대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8월 대사이상 지방간염, 이른바 MASH 치료용으로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으며 대사질환 영역에서의 활용 폭을 넓혔다. 노보노디스크는 나아가 위고비 성분 세마글루티드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어서, 비만을 둘러싼 대사질환 전반과 신경퇴행성 질환까지 연구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비만을 단순 외형 문제가 아니라 만성 대사질환으로 인식하는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고 본다. 비만 환자의 상당수가 고혈압, 당뇨병, 지질이상증 등 복합 대사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중 감량 숫자만으로 치료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GLP1 계열 약물은 체중을 줄이는 동시에 혈당과 지질, 혈압 등 주요 위험 인자를 함께 조정해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연구가 설계되고 있어, 향후 비만 치료의 목표와 평가 지표 자체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위고비가 비만 치료제의 세대 교체를 촉발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위고비가 최초로 두 자릿수 체중 감량 효과와 대사질환 개선 효과를 대규모 임상으로 입증하며 GLP1 제제를 중심으로 한 비만 치료 돌풍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또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티드가 인간 고유 GLP1과 94퍼센트에 달하는 구조적 유사성을 가져 작용 기전이 명확하고, GLP1 계열 가운데 가장 폭넓은 연구 데이터가 축적된 점을 언급하며 향후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GLP1 비만 치료제가 보험 급여와 처방 패턴을 재편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는 고가 약가에도 불구하고 비만과 동반 대사질환 환자에서 위고비 계열 약물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유럽 주요 국가들도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근거로 제한적 급여 확대를 논의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비만 자체에 대한 보험 적용이 제한적인 만큼, 심혈관 예방이나 MASH 등 동반 질환 중심 적응증 확대가 급여와 규제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향후 관건은 급속한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안정성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 그리고 약가와 보험 제도 정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만 인구 증가와 대사질환 부담을 고려할 때 GLP1 비만 치료제가 공공 보건 차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고가 약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구조가 의료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위고비를 필두로 한 GLP1 계열 약물이 실제 임상 현장과 제도권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