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야생동물까지 본다”…미국, 흑곰 침입 영상에 주목하는 이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생활용품점에 흑곰이 난입해 11살 소년을 쫓는 장면이 매장 CCTV에 포착되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위험한 조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디지털 기술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도시와 교외 지역까지 서식 범위를 넓힌 곰, 코요테, 사슴 등 대형 야생동물은 사람과 차량, 상점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며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업계와 연구계에서는 이번처럼 ‘찍힌 뒤 확인되는 영상’이 아니라, 카메라와 센서가 곰을 자동 인식해 경보를 울리고 출입을 제한하는 AI 안전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본다. 야생동물 이동 패턴을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결합될 경우, 생태 보호와 인명 피해 예방 간 균형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사건의 핵심은 흑곰이 매장 내부로까지 깊숙이 들어왔음에도 사전 경보 체계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매장 출입문 주변에는 기본적인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영상은 사후 확인용에 머물렀다. AI 기반 영상 분석 기능이 결합돼 있었다면, 카메라가 흑곰 실루엣과 움직임을 인식해 점원과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 자동문 잠금이나 비상문 개방 같은 1차 대응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많은 상점, 학교, 놀이터 주변에서는 사람과 차량을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 곰과 같은 대형 포유류까지 식별하는 고도화된 객체 인식 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야생동물 관련 AI 기술은 크게 두 갈래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는 카메라·센서 기반 감지 기술이다. 매장 CCTV, 도로변 트래픽 카메라, 산악지대 트랩 카메라에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 모델을 적용해 곰, 늑대, 사슴 등 특정 종을 분류하고, 출몰 시간·위치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둘째는 이동 패턴 예측 기술이다. 수년 치 영상, GPS 목걸이, 신고 데이터, 기상 정보 등을 학습한 머신러닝 모델이 계절·시간·기온에 따른 출몰 확률을 지도 위에 시각화한다. 흑곰의 경우 먹이를 찾기 위해 늦여름과 가을에 활동성이 높아지는 패턴이 뚜렷해, 이 시기 상점가·캠프장 주변 위험도가 정량화될 수 있다.
기술 구현의 관건은 정확도와 오경보율이다. 곰을 포함한 야생동물은 종별, 개체별 크기와 색, 움직임이 다양해 사람, 큰 개, 짐 꾸러미와 착시를 일으키기 쉽다. 이에 따라 최근 연구에서는 단순 영상 인식 외에, 열화상 카메라와 심도 센서를 결합한 멀티 모달 감지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야간에는 열 신호를, 주간에는 RGB 영상과 거리 정보를 함께 분석해, 기존 대비 인식 정확도를 2배 이상 높이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야생동물 출몰이 잦은 국립공원과 도로변에 엣지 AI 카메라를 설치해, 클라우드 전송 없이 현장에서 1~2초 내 판단을 내리는 장치를 실증 중이다.
시장 측면에서 야생동물 AI 감지는 도시 안전과 보험, 리테일 산업과도 직접 연결된다. 상점 입구나 주차장에 설치된 AI 카메라가 곰이나 사슴을 감지해 즉시 문을 잠그거나, 점주와 경비 회사에 알림을 보내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보험사는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안전 인프라 설치 상점’에 할인 요율을 적용하는 구조도 검토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도로·학교 주변 출몰 알림 서비스를 시민 앱과 연동하면, 통학 시간대 이동 경로 조정이나 지자체 차원의 안내 방송 등 선제 대응이 쉬워진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북미에서는 국립공원,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AI 기반 야생동물 모니터링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미국 서부 주 일부는 사슴·엘크와 차량 충돌을 줄이기 위해, 도로변 카메라와 레이더에 AI 인식 기술을 적용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유럽 북부에서는 순록, 늑대, 곰의 이동 경로를 위성 데이터와 결합해 예측하는 플랫폼이 연구되고 있으며, 호주·뉴질랜드는 캥거루와 코알라 모니터링에 유사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야생멧돼지와 산양을 대상으로 카메라 트랩과 AI 분류 모델을 활용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상점과 도심 상권까지 확장된 실시간 상용 서비스는 아직 많지 않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두 가지 축이 중요하다. 첫째는 개인정보·영상 데이터 보호다. 상점과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가 사람과 차량을 함께 촬영하는 만큼, AI 학습과 서비스 운영 시 얼굴과 차량 번호판 비식별화가 필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둘째는 야생동물 보호 규범과의 조화다. AI 경보 시스템이 곰 출몰을 탐지한다 하더라도, 이후 포획·이동·사살 여부는 각 주의 야생동물 보호법과 관리 기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데이터가 ‘위협 제거’로만 귀결되면 생태계 교란 우려가 있어, 전문가들은 AI를 이용한 ‘거리두기’와 서식지 관리에 무게를 두는 방향을 제안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흑곰 매장 침입 사례를 계기로, 도시형 야생동물 리스크 관리에 IT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AI 생태계 연구자는 “이제 CCTV는 단순 기록 장치가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 경보를 보내는 센서 네트워크로 바뀌고 있다”며 “곰과 같은 대형 야생동물 감지는 인간 안전과 동물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디지털 생태계 관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흑곰 감지와 같은 기술이 실제 매장과 도시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규제·윤리 논의를 어떻게 통과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